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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아직 아무것도 안 먹었지?” 택배 상자를 지나친 남자의 시선이 박은영에게 향했다. “뭐라도 좀 먹어.” 박은영의 얼굴에는 더 이상 어젯밤의 격한 감정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 황당한 일을 겪고 나면 누구라도 쉽게 평정을 유지하기 어려울 터였다. 그녀가 유태진의 차림을 힐끔 쳐다보았다. 회사의 수많은 일을 도맡아 하는 그 유 대표가 평일에 회사를 비우는 순간이 있다는 게 의아했다. “굳이 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어요.” 박은영이 담담히 대꾸했다. “이 문제,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에요?” 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유태진 또한 이 순간을 피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숙였다 다시 들며 박은영의 표정 변화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유가 궁금하지 않아?”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이혼이 왜 무효가 되었는지, 유태진이 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지였다. 하지만 박은영은 묻지 않았다. 유태진에게 미련조차 남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차가운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이유나 사정은 유 대표님 몫이겠죠. 하지만 그 결과를 떠안는 건 나예요. 원치도 않는 상황을 감당하게 되었는데 당신에게 감상까지 들려줘야 해요?” 박은영은 그녀가 가끔 날카로워진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건 오랫동안 쌓여온 상처 때문이었다. 예전엔 단 한 번도 유태진에게 이런 태도로 말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피임약 사건 때 한번 물러선 이후로 더는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경계는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졌으니까. 유태진은 말문이 막혀 버렸다. 박은영이 두르고 있는 가시는 멀리에 있는 것까지 베어낼 수 있을 정도로 매서웠다. “원치 않는 상황이라… 늘 내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거야? 지난 3년 내내?” 그의 시선은 박은영의 마음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들 듯했다. 그러나 그녀는 차분히 받아쳤다. “그 3년 동안 내가 당신한테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는 거, 잘 알잖아요.” “나랑 결혼한 이유까지 포함해서?” 불쑥 터져 나온 질문에 박은영의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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