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8화
박은영은 다시 억지로 축 늘어진 몸을 일으켰다.
문을 열자 그곳엔 택배 기사가 서 있었다.
하지만 박은영은 뭘 주문한 기억이 없었다.
“박은영 씨 맞으시죠? 수령 확인 부탁드립니다.”
박스 위에는 확실히 그녀의 이름과 번호가 적혀 있었다.
“네,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문을 닫은 그녀가 가볍게 상자를 들어 올렸다.
그리 무겁지는 않았다.
송장 라벨을 확인하니 멀고 외진 소도시에서 발송된 기록이 남아 있었다.
보낸 날짜는 일주일 전.
테이프를 뜯고 박스를 여니 맨 위에 놓인 문서 봉투가 보였다.
그 안에는 증서가 들어 있었다.
그걸 펼쳐 본 박은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부 증서였다.
안에는 심지어 여러 장의 기부 영수증까지 끼워져 있었다.
기부한 건 돈 따위가 아니었다.
증서에 분명히 박은영, 유태진의 이름으로 설립된 학교라는 글이 쓰여져 있었으니까.
그 학교들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었고 외진 산골 속에까지 뻗어 있었다.
이번에 도착한 소포는 그 산골에 지어진 학교에서 온 것이었다.
증서와 영수증 외에도, 정성스럽게 포장된 현지 특산품들이 들어 있었다.
안에 들어 있는 몇 장의 사진에는 갓 완공된 교정, 다섯 층의 교사동, 도서관과 기숙사의 모습과 아이들이 입학해 들어오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해맑은 눈빛을 가진 아이들.
영양 부족으로 수척했지만 그 속엔 쑥스러움과 호기심 그리고 희망이 스며 있었다.
멀리서 전해진 목소리의 이름은 감사였다.
가장 아래에는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가 있었다.
교장의 친필 편지였다.
몇 달간의 공사 끝에 학교가 완공되었다는 사실, 박은영과 유태진의 이름이 그곳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었다는 사실, 이 척박한 땅에 그들이 빛을 선사했다는 감격이 담겨 있었다.
박은영은 조금 혼란스러웠다.
참여한 적도 없는 일이었는데 그녀가 아이들의 구원자가 된 것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제야 떠올릴 수 있었다.
언젠가 유태진이 서연주와 함께 갔던 자선 파티.
그때조차 마찰이 있었고 주최 측은 유태진과 서연주의 이름으로 학교를 기부할 거라고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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