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4화
유태진은 조용히 문을 나섰다.
그가 나간 뒤 문을 잠그기 위해 현관 쪽으로 다가간 박은영은 문 위에 달린 렌즈를 보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가 뻔뻔스러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맞은편 집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고, 닫기까지 하나의 망설임도 없이 익숙하고 능숙했다.
박은영은 한동안 멍하니 문 앞에 서 있었다.
‘유태진이 바로 앞집에 산다고? 미친 거 아니야? 수백억짜리 저택을 놔두고 이런 초라한 아파트에? 할머니께 얘기도 다 해놓고 뒤에서 이런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니.’
하지만 박은영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유태진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건 그의 자유였으니까.
그녀가 간섭할 권리는 없었다.
그렇다 해도 오늘의 유태진은 정말 이상했다.
그러나 박은영 때문에 그가 다친 것도 사실이었다.
박은영은 다른 사람에게 빚을 지는 걸 싫어했다.
저녁 준비를 마치고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보온 용기에 음식을 담아 유태진의 집 문 앞에 조용히 내려다 두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몇 번 두드린 뒤 그가 나오기 전에 다시 조용히 집 안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깬 박은영이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설 때 유태진이 사는 집이 시야에 들어왔다.
보기 싫어도 봐야 했다.
유태진이 그 안에 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하지만 어젯밤 둔 보온 용기는 사라지고 없었다.
유태진이 가져간 것이었다.
그쪽으로 시선을 던진 박은영이 가방을 들고 재빨리 아래로 내려갔다.
비전 그룹 본사.
박은영이 도착하니 하수혁도 막 회사에 도착했다.
그녀는 최근 국가급 연구팀에 합류하게 되었고 비전 측의 입찰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입찰 제안서 작성부터 실무 논의까지, 하루하루가 초 단위로 바삐 돌아갔다.
박은영은 부득이하게 며칠 동안 사무실에서 밤을 새워야 했다.
그리고 유태진이 SX 합금에 관해 상부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아직 통보받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공식 임명장이 내려와 곧 현장에 출근해야 했다.
절차를 밟기 위해 사무실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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