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3화
그녀는 거침없이 받아쳤다.
두 사람 중 아무도 지려 하지 않았다.
유태진은 한참 동안 박은영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 침묵은 이상하리만치 무겁고 날카로웠다.
그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네가 나랑 잘 맞는다는 건가?”
박은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하지만 유태진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다.
과거 주도영과 함께 지낼 때, 그는 늘 오빠라는 위치를 내세우며 박은영을 조종하려 들었고 어린 시절부터 받은 은혜에 대한 미묘한 빚이 그녀의 판단에 무게를 더했다.
주도영은 화를 자주 냈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로 인해 박은영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오면 주도영이 허락해 줄지, 이게 맞는 건지부터 생각하곤 했다.
어린 시절의 고마움과 가족처럼 여겼던 마음이 언젠가부터 무거운 쇠사슬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유태진과 함께한 몇 년은 달랐다.
그와 함께할 때면 설령 의견이 어긋나고 관계가 틀어진다 해도 자기가 모자란 사람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유태진은 박은영에게 그녀가 소중한 사람임을, 그녀에게 거절할 권리가 있음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님을 가르쳐 주었다.
박은영은 그렇게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그 모든 걸 한순간에 망쳐버린 게 바로 서연주였다.
박은영은 억지로 상처를 받아 가며 그 두 사람과 얽힐 이유가 없었다.
못나게 굴 필요도 없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짧게 숨을 들이쉰 박은영이 부엌으로 발길을 돌렸다.
유태진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의 뒷모습에 머물러 있었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언제 주도영에 대한 마음을 접은 거지?”
그 말에 박은영의 걸음이 멈췄다.
떠오르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사실 언제부터였는지도 정확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유태진과 결혼한 후에야 그녀가 느꼈던 그 모든 감정들의 경계를 또렷하게 깨달았을 뿐.
가족 간의 의지와 사랑이라는 감정의 차이.
의존과 애착은 결코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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