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0화
다행히도 유태진은 반응이 빨랐다.
술병을 향해 주먹을 내지른 그가 유리병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박은영은 유태진의 손마디에서 피가 흐르는 걸 발견했다.
두 남자가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그제야 술기운을 완전히 깬 주도영이 붉어진 눈으로 유태진을 노려보며 입꼬리를 당겨 씩 웃었다.
“유태진. 솔직히 말할게, 은영이 마음속에는 여전히 나뿐이야. 너 같은 남자한테 은영이가 뭐가 그렇게 소중해? 응? 그러니까 제발 우릴 갈라놓지 마. 우릴 좀 놔달라고! 그게 그렇게 어려워?”
그 말이 떨어진 순간 유태진이 우뚝,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이내 주위로 살기를 내뿜었다.
주도영은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깨진 병 조각을 앞으로 내던지며 유태진의 멱살을 잡아 그를 거칠게 현관문 쪽으로 밀쳤다.
쿵!
묵직한 충돌음이 복도에 울렸다.
박은영은 숨죽여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가슴이 터질 정도로 답답하고 불안했다.
“주도영, 그만해!!!”
그녀는 웬만한 일엔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상황을 침착하게 대처하려 애써왔고 그렇게 지금까지 지켜온 습관이었다.
하지만 지금, 박은영의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주먹을 너무 세게 쥐어 힘이 다 빠져버릴 만큼.
그녀는 과거의 주도영이 자신에게 해준 따뜻한 말과 배려를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지금 이 순간 박은영의 심장을 찌르는 칼날이 되어 돌아왔다.
그녀는 주도영을 엄마와 외할머니 그리고 외삼촌처럼 기댈 수 있는 가족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이제 그 어떤 감정도, 그 어떤 애정도 남지 않았다.
“내 대답이 듣고 싶어?”
박은영이 차디찬 눈빛으로 주도영을 응시했다.
“난 네게 아무런 마음도 없어. 예전에는 그냥 네게 고마워서, 내가 어려서 널 따랐던 거고. 분명히 말해두는데 그건 사랑이 아니었어. 이제 알겠니?”
주도영이 멍한 얼굴로 자리에 얼어붙었다.
술기운 때문인지, 아니면 박은영의 뜻이 너무 명확했기 때문인지 그의 눈동자는 텅 비어버린 듯 흐릿했다.
고개를 떨군 주도영이 거친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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