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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1화

장민지가 무슨 생각을 하든, 박은영은 굳이 변명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 방해받은 건 그녀 쪽이었기 때문이었다. 박은영의 표정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말투도 최소한의 예의만 유지한 상태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겠죠. 남 탓하지 말고 감정을 컨트롤하는 법부터 배우세요.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시고 제발 앞으로는 제 눈에 띄지 마세요.” 박은영이 단호한 말투로 축객령을 내렸다. 오늘 밤은, 실로 시끄럽고도 번잡한 밤이었다. 주도영은 정말로 만취한 상태였다. 술기운은 그의 뇌를 뿌옇게 만들었지만 남자의 눈은 여전히 박은영에게 향하고 있었다. 장민지가 아무리 주도영을 부르고 흔들어도 그는 붉어진 눈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체 왜 은영 씨한테 이렇게 집착하는 건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리던 박은영은 끝까지 말없이 자리에 서 있던 유태진을 바라보았다. 유태진도 박은영을 보고 있었다.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는 눈동자에 복도의 따뜻한 조명이 반사되어 반짝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박은영이 살며시 남자의 소매를 붙잡았다. “들어와요.” 적어도 주도영 앞에서는 진짜 부부처럼 보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일단은 결혼 생활 유지 중이라는 콘셉트를 깨뜨리면 안 됐다. 주도영이 미련을 버리도록 하는 것도 조금은 있었다. 문이 닫히자 좁은 현관에 두 사람의 체온과 숨결로 가득 찼다. 서로의 체취가 진하게 번져가고 있었다. 박은영은 유태진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앉아요.” 유태진은 그제야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그가 긴 다리를 뻗어 거실로 향했다. 박은영은 환경에 예민한 스타일이었다. 이 집 역시 그녀가 직접 손본 티가 났다. 커튼은 연노랑과 하얀 시폰이 이중으로 레이어드 되어 있었고, 가구는 호두나무 재질로 고급스러우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테이블 위에는 정교한 컵 받침과 따뜻한 촛불 그리고 유리 화병에 꽂힌 두 송이의 향기로운 백합이 놓여 있었다. 박은영은 정말 소박하게, 잘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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