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8화
하지만 그건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었다.
박은영이 조용히 유태진을 바라봤다.
표정은 여전히 딱딱했다.
“유 대표님. 전 지금 협상을 하러 온 거예요. 당신 집으로 가는 것도, 당신이 제 집으로 오는 것도 조건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요.”
박은영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언제나 태도가 분명한 사람이었다.
물론 유태진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원래부터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당신 마음대로 해.”
“그럼, 그 소재는요?”
SX 합금, 그게 본론이었다.
“내가 직접 얘기할게.”
의외의 대답이었다.
박은영은 너무도 순조로운 전개에 멈칫했다.
유태진이 이런 식으로 쉽게 받아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간단히?”
박은영은 사실 조금 놀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기쁘기까지 했다.
그를 눈치챈 유태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불만이라도?”
박은영이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뇨! 그럼 이만. 감사합니다, 배웅은 필요 없어요.”
미련 없이 몸을 돌린 그녀가 이내 사무실을 나섰다.
그저 의외의 협조에 기뻐할 뿐, 그 외의 감정은 내비치지 않은 채.
유태진은 그런 박은영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 동안 조용히 문을 바라보던 남자가 고개를 숙여 약지에 끼워진 결혼반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강지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태진은 곧 고위층 인사들과 만남을 갖게 될 것이다.
박은영도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그가 아무 말 없이 그토록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는 사실은 여전히 충격스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일이 국내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기쁜 일이 되리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건 곧 박은영이 연구하고 있는 프로젝트들 또한 매끄럽게 추진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그녀는 간만에 저녁을 직접 요리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퇴근길에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엘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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