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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1화

진기철과 일행은 여전히 정책 관련 이야기에 열중해 있었다. 그래서 이쪽 상황은 누구 하나 제대로 눈치채지 못했다. 유태진은 그 틈을 타 배서훈의 말을 가볍게 받아쳤다. 천천히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그가 부드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배 대표님은 참 괜찮은 분이신 것 같습니다. 전 앞으로 우주항공 산업을 지원할 겁니다. 필요한 건 최대한 지원할 거고요. 제 아내가 너무 힘들지 않도록 말입니다. 그러니 배 대표님은 연구에만 집중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의 말은 물 흐르듯 유연했지만, 그 안에는 배서훈의 호의 아닌 호의를 거절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 배서훈도 그를 알고 있었다. 유태진 같이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배서훈 같은 사람은 유태진의 마음을 흔들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상류사회에는 ‘같은 세대의 명문가 자제들은 결국 유태진에게서 떨어지는 콩고물이라도 얻으려 싸우는 것’ 이라는 말이 돌기까지 했다. 배서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래야죠. 안심하세요, 유 대표님.” 두 사람은 평온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은은한 미소를 띤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하지만 맞은편에 앉아있던 임지효는 달랐다. 그녀는 유심히 두 사람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눈치챌 수 있었다. 박은영을 바라보는 배서훈의 시선 속에 어떠한 욕망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그 결론을 도출해 낸 순간 눈앞의 산해진미들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당사자인 박은영은 정작 두 남자의 기싸움에 끼어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진기철이 말하는 ‘현재 우주항공 산업이 직면한 기술적인 장벽’ 에 더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문제는 해외에서 독점하고 있는 고급 소재와 제조 공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런 첨단 기술은 강대국들이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고 해성에는 엄격한 수출 제한이 걸려 있었다. 그건 사실 박은영이 5년 전부터 고민하고 있던 문제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과제로 남아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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