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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박은영은 어이가 없다 못해 순간 방금 전의 분노조차 잊을 뻔했다. “지금 그 얘기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제발 생각 좀 하고 말해요.” 평소의 평온함은 온데간데없이 날 선 기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유태진이 핸드폰을 무심하게 책상 위에 던졌다. “내가 생각 없이 굴지 않았다면 그날 네가 날 덮칠 수나 있었겠어?” “...” 박은영이 헛웃음 쳤다. 유태진이 그런 말을 입에 올릴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었다. 그가 의자에 앉아 고개를 젖히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할머니 지금 주무셔. 시끄럽게 하지 말고 그냥 여기에서 자. 내가 소파에서 잘 테니까 넌 침대에서 자. 응?” 박은영이 시린 눈으로 남자를 응시했다. 이제 더는 유태진과 금슬 좋은 부부라는 이미지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당신은 일 핑계 대고 나가면 되잖아요. 어려운 일도 아니고.” 서로 불편한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조용히 박은영을 쳐다보던 유태진이 무덤덤하게 대꾸했다. “그러지.” 그리고 곧장 옷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를 지켜보던 박은영은 어쩐지 마음이 복잡했다. 생각해 보니 그녀에겐 일도 별장의 주인을 내쫓을 권리가 없었다. 박은영이 복잡한 심경을 억누르며 말했다. “됐어요. 손님이 어떻게 감히 집주인을 쫓아낼 수 있겠어요. 유태진 씨 마음대로 해요.” 이금희가 이곳에 묵게 된 건 예상 밖의 일이었다. 박은영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다. 합의된 일을 깨트려봤자 책임은 그녀에게 돌아올 뿐, 괜한 화만 불러일으킬 터였다. 박은영은 그제야 유태진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남자의 본모습은 무척이나 잔인하고 차가웠다. 이제 와 생각하면 이혼은 정말로 정확한 판단이었다. 유태진은 박은영의 ‘손님’이라는 말에 눈을 가늘게 떴다. 무표정한 얼굴 속에 숨은 공허함을 읽은 남자가 비꼬듯 말했다. “다른 집 손님은 주인의 뺨을 때리나 보지? 네 방식대로라면 인사 대신 뺨을 때리는 게 되겠네? 꽤 예의 바른 손님이야.” 그 말에 박은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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