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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박은영은 그 순간 그녀의 감정을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녀 스스로도 그때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 내게 대놓고 몸부터 추스른 뒤에 아이를 잉태하는 걸 생각하자고 말했어야죠. 왜 뒤에서 그런 짓을 해요? 희망을 줬다가 짓밟는 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알아요? 결국 유태진 씨가 아이를 원하지 않았을 뿐이잖아요. 괜히 그럴싸한 핑계 대지 말아요.” 박은영이 이해할 수 없는 건 바로 그 점이었다. 유태진의 눈동자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박은영을 바라볼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이 상황이 불편했다. 공기마저 얼어붙은 것 같았다. 비록 과거의 일일지라도 그 기억은 여전히 박은영의 가슴속 깊은 곳에 박힌 가시였다. 만약 그때 아이를 품었다면 훗날 자궁을 들어내고, 임신이 불가능한 몸이 되는 참혹한 고통은 겪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또다시 두통이 일었다. ‘만약 아이가 있었다면 나와 유태진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렇게 단호히 갈라설 수 있었을까?’ 박은영은 기운이 빠져버렸다.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쳐버렸다. 이제 와서 뭘 더 따지고, 뭘 더 얻을 수 있단 말인가. 박은영의 얼굴에 드리워진 가시 같은 분노가 서서히 옅어지는 기운을 읽어낸 걸까. 유태진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는 몸을 빼려는 박은영의 저항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억지로 소파에 앉힌 뒤 무릎을 굽혀 그녀와 눈높이를 맞췄다. “내가 그렇게까지 했는데 넌 내 뺨조차 못 때리네. 성격 참 좋아.” 박은영의 얼굴이 얼음처럼 굳어졌다. 이윽고 그 차가운 눈에 조소가 번졌다. 이런 순간에도 그녀의 성격을 가볍게 입에 담는 남자가 기막힐 뿐이었다. 유태진은 그녀의 반응을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만약 그때 아이가 태어났다면? 그 애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까. 가족을 지키며 살았겠지?” 존재하지도 않는 아이를 내세운 남자의 질문은, 지금의 그녀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것이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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