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5화
부엌에서는 여전히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박은영은 더 이상 그것들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기척을 숨긴 채 조용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무표정한 얼굴로 터벅터벅, 영혼 없이 걸어 계단 입구에 우뚝 멈춰 섰다.
믿을 수가 없었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와 그녀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이성 대신 세밀하고 날 선 감정들이 몸을 지배했다.
박은영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유태진과의 관계에 금이 갔을 때 그녀는 아이만 생긴다면 모든 게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거라 믿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간절히 작은 생명의 도래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박은영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녀도 이전의 부상으로 인해 임신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건강을 챙기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아이가 찾아올 거라 믿었다.
그런데, 그 기다림을 송두리째 짓밟은 건 다름 아닌 유태진이었다.
그가 몰래, 인위적으로 박은영이 기대하던 일말의 가능성조차 막아버린 것이었다.
박은영이 난간을 붙잡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분노와 배신감에 미칠 것 같았다.
그녀가 애써 넘쳐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박은영은 숨이 막히는 듯한 고통을 견디지 못했다.
이혼했으니 더 따질 것도 없다는 생각과,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박은영은 발길을 돌려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문을 여니 유태진이 태블릿을 들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낯선 기척에 고개를 돌린 남자는 눈가가 붉게 물든, 그러면서도 냉랭한 얼굴의 박은영과 시선을 마주쳤다.
유태진이 핸드폰을 귀에 댄 채 묵묵히 그녀를 바라봤다.
그 순간 박은영의 가슴속에 쌓여 있던 감정이 터져 나왔다.
그녀가 앞으로 성큼 다가가 얇은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무결한 얼굴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
유태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차갑고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그 눈동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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