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4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남자가 다시 아기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지민숙이 들고 있던 작은 부품을 건네받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제가 할 테니 가서 다른 일 보세요.”
지민숙은 영문을 몰랐지만 더 묻지 않고 물러났다.
유태진은 아기 침대 앞에 서서 부품을 끼워 맞췄다.
손가락 끝으로 매끈한 나무 프레임을 천천히 쓰다듬은 남자가 조용히 방을 나섰다.
박은영은 저녁 식사가 끝나고 이금희가 평소처럼 곧장 본가로 돌아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손님방을 정리하도록 지시했고 이어 지민숙을 호출했다.
“은영이 보약 좀 달여 와 줘요.”
그리고 박은영을 향해 미간을 찌푸렸다.
“일이 고된 모양이구나, 몸이 너무 상했어. 살도 빠지고… 예전에는 선생님께서 늘 네게 약을 챙겨주셨잖아. 나중에는 바쁘다고 안 챙기고. 그러다가 큰일 나.”
박은영은 한약 냄새만 맡아도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결혼 2년 차, 이미 이별의 조짐이 있던 무렵이었다.
그럼에도 유태진은 이금희의 주치의인 종영철을 시켜 그녀의 건강을 챙기게 했고 이후 귀한 약재들이 줄줄이 집으로 들어왔다.
병든 어머니를 돌보다 무너진 몸, 그리고 주도영을 대신해 칼에 맞아 완전히 병든 몸.
종영철이 달인 약은 서서히 그녀의 건강을 재건해 주었다.
박은영은 원래도 이런 애정 섞인 배려를 거절하지 못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해요, 할머니.”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늘 밤을 어떻게 넘길지 걱정하고 있었다.
이금희가 이곳에서 묵겠다고 하니 머리가 다 아파왔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빠져나갈지 고민해야 했다.
유태진은 서재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박은영은 잠시 후에 그와 이 일에 대해 상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거실로 내려가지 않고 옥상 테라스에 머물렀다.
핸드폰으로 기술팀과 프로젝트 주요 사항을 주고받으며 일을 이어갔다.
잠시 후, 다른 아주머니가 한약이 담긴 그릇을 들고 올라왔다.
박은영은 뜨거운 약이 식기를 기다렸다가 그것을 단숨에 들이켰다.
쓴맛이 구토감을 불러왔지만 꾹 참았다.
곧 노란 냉장고를 떠올린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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