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2화
작은 냉장고 위에는 아직도 그녀가 여행지마다 사 모았던 자석들이 붙어 있었다.
박은영이 그것들을 빤히 쳐다보자 결혼식 살림을 도맡았던 지민숙이 다가와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에서 작은 유리병 하나를 꺼내 박은영에게 건넸다.
말린 매실이 담긴 병에서 새콤한 향이 풍겨 나왔다.
“사모님, 이거 드시고 싶으셨죠?”
지민숙은 박은영의 습관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안에서 유리병을 집어 드는 손길도 익숙했다.
말린 매실도 갓 만든 듯 신선했다.
텅 빈 줄 알았던 냉장고가 채워져 있는 걸 본 박은영은 순간 의아해졌다.
“… 괜찮아요.”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잔을 들고 박은영 쪽으로 다가오던 유태진이 그녀의 답을 들었다.
박은영이 남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맑은 눈에 순간 의문이 스쳤다.
‘유태진도 이런 걸 좋아하나? 그래서 아직까지 남겨 둔 건가?’
그녀의 눈빛에 담긴 뜻을 알아챈 남자가 탁자 위의 손을 두드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 난 이 냉장고 좋아하면 안 돼?”
이 말의 의미를 아는 건 두 사람뿐이었다.
신혼집을 죄다 갈아엎으면서 이 냉장고만 남겼다는 건 분명 다른 뜻이 있는 행동이었으니까.
남자를 똑바로 쳐다본 박은영이 차갑게 말했다.
“이건 내 거였어요.”
그러자 유태진이 몸을 돌리며 능청스레 답했다.
“안 팔아.”
“…”
박은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남자가 아예 대화를 차단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지민숙은 두 사람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묘한 기류가 흘렀다.
잠시 뒤.
이금희가 편채 쪽으로 들어선 유태진을 불러 화원으로 데려갔다.
박은영이 안쪽에 있는 걸 확인한 그녀가 손자의 등을 때리며 유태진을 다그쳤다.
“갑자기 너와 은영이 얘기가 다시 나왔는데 그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그 후로 은영이랑 겉돌기만 하고… 설마 이제 와서 후회하는 건 아니지?”
물 한 모금을 들이켠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전 후회한다고 한 적 없어요.”
이금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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