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5화
박은영은 그 순간 모든 제어 기지를 발동했다.
하지만 귀가 울리고 사지가 얼어붙어, 몸이 땅속 깊숙이 처박힌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환한 빛 뒤에 가려진 차의 형체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숨이 뚝 끊기는 찰나 옆에서 번개처럼 튀어나온 롤스로이스 컬리넌 한 대가 방향을 틀어 그녀를 향해 돌진하던 차량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쾅!
검은 차는 굉음을 내며 수 미터 뒤로 밀려 나갔다.
밤바람이 몰아쳤다.
“…”
박은영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다시 날카로운 브레이크 음이 들렸다.
누군가가 뒤에서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박은영을 끌어안았다.
빈틈없이 누군가의 품에 감싸진 그녀가 순간 시트에 앉혀졌다.
가슴팍을 파고드는 익숙한 향, 그 침엽수같이 서늘한 향을 맡은 박은영이 위로 올려다본 순간 깊고도 차가운 눈빛의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평소 좀처럼 드러내는 법이 없던 감정이 순간 그 눈에 스쳐 간 것 같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남자의 눈빛에서 순간 찬기가 가셨다.
“밖은 보지 마.”
유태진은 박은영의 허리를 단단히 감싼 채, 손바닥을 후두부에 덮어씌워 완전히 품 안에 가두었다.
그 덕에 시야가 차단되어 외부의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곧 차체가 크게 흔들렸다.
이어지는 큰 충격에 유태진의 팔꿈치가 중앙 콘솔에 세게 부딪쳤다.
그의 눈썹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고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잠시 후, 바깥이 고요해졌다.
좁은 실내엔 오직 두 사람의 호흡 소리와 서로 뒤엉킨 심장 박동 소리가 울려 퍼질 뿐이었다.
박은영은 유태진의 심장이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금의 사고는 그녀의 신경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었다.
유태진은 상황이 정리된 후에야 눈을 내려 박은영을 바라보았다.
남자가 놀라 굳은 그녀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쓸며 말했다.
“괜찮아. 끝났어. 일어나서 확인해 볼래?”
박은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안겨 있는지조차 신경 쓰지 못한 채 창밖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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