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3화
박은영이 일을 마치고 막 비전 그룹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한성에게서 걸려 온 전화가 시끄럽게 울려댔다.
“허윤정 쪽 변호사가 출정을 거부했습니다.”
박은영이 자리에 앉으며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출정을 거부했다고요?”
한성은 담담했다.
“네. 지금 허윤정 쪽은 여러 방면에서 문제가 겹치고 있을 겁니다. 이번 건은 아마 결정적인 타격이 될 겁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박은영이 중얼거렸다.
“너무 갑작스럽네요…”
“사실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 변호사는 유 대표님이 해외에서 소개해 준 인물이죠. 아마 애초부터 성심껏 맡을 생각은 없었을 겁니다. 그저 시간을 질질 끌어 허윤정 쪽이 다른 변호사를 찾을 여지를 없애버릴 생각이었던 거죠. 결국 준비도 없이 그대로 짓눌리게 된 겁니다. 지금 상황으론 법률 지원도 받을 수 없으니 허윤정은 완전히 궁지에 몰린 셈입니다.”
박은영의 눈동자에 묘한 빛이 스쳤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변호사가 출정을 거부한다면 서연주는 감옥행을 피하지 못할 터였다.
게다가 이번 재판은 단순한 지식재산권 문제를 넘어 허윤정이 어머니의 그림을 불법적으로 빼돌린 혐의까지 얽혀 있었다.
어떤 식으로도 법률 지원은 불가능했다.
결국, 재판은 이미 결론이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 유 대표님 뜻인가요?”
박은영이 낮게 물었다.
변호사가 그를 통해 소개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모든 게 결코 단순할 우연일 리 없었으니까.
하지만 한성은 명확한 대답을 주지 않았다.
“그건 제가 답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다만 박은영 씨가 모르는 게 아마 훨씬 많을 겁니다.”
그 말엔 분명 함축된 뜻이 담겨 있었다.
박은영은 더 묻지 않고 한성과 사건의 세부 사항을 얘기한 뒤 통화를 마쳤다.
책상 앞에 앉은 그녀가 긴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핸드폰 통화 기록을 내려보던 박은영의 시선이 한 줄의 익명 번호에 멈췄다.
유태진의 속내는 지금도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때 또 다른 전화가 그녀의 생각을 끊었다.
조사 기관에서 후속 조사를 위해 출석 요청이 온 것이었다.
위진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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