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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서연주의 귀에서 이명이 울려 생각이 끊겼다. 어쩌다 일이 한 치의 여유도 없이 몰렸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치 매 걸음, 매 순간이 계산된 수순처럼 흘러왔고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발버둥도 헛수고였다. “그러니 두 분 모두 협조해 주세요.” 남자가 집행 통지서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의무 이행 기한이 기재돼 있습니다. 불응하시면 이후엔 강제 퇴거가 진행됩니다.” 그날로 통지가 이루어졌고 집엔 압류 등기가 올라갔다. 매각이나 이전, 담보 설정 같은 모든 절차가 막혔다. 사적으로 팔아 넘기는 길도 실효적으로 차단됐다. 마지막 남은 길마저 완전히 봉쇄됐다. 서연주의 마지막 방어선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녀는 힘이 빠져 소파에 주저앉았다. 절망뿐이었다. 왜 이제야 깨달았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은 유태진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였음을. 그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계산을 뒤늦게 깨닫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숨이 막혔다. 공포가 온몸을 조여 정신이 무너졌다. 사람들은 통지와 압류만 맡았을 뿐 사정엔 관심이 없었다. 잠시 후 그들이 빠져나가자, 큰 집 안은 순식간에 고요가 내려앉았다. 창밖 빗소리만 계속 이어졌다. 그 소리마저 조롱처럼 들렸다. 쓸쓸했고 비참했다. 허윤정이 정신을 가다듬고 딸 앞으로 달려왔다. “연주야, 너 유태진 씨랑 얘기해 봤니? 왜 갑자기 강제로 밀어붙여? 그 사람이 혹시...” 끝말을 잇지 못했고 얼굴엔 겁만 가득했다. 서연주는 눈이 벌겋게 충혈돼 있었고 젖은 머리칼이 뺨에 들러붙었다. 예전의 화려함은 흔적도 없었다.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허윤정이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된 거야! 이 집 우리 거잖아! 지금 이때 집을 강제로 뺏어 가면, 우린 어쩌라고!” 그제야 서연주가 겨우 정신을 붙들었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머리를 쪼개듯 아팠다. 그리고 뼈아픈 결론이 떠올랐다. 유태진은 애초에 넘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를 한 번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조용히 파멸을 향해 걸어온 것이다. 김정한 쪽이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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