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5화
언제부터였을까.
박은영은 어느새 구경꾼이 되어 가슴을 쿡쿡 찌르는 장면을 그대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서연주는 숨이 막히는 듯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분명 예전엔 상황이 정반대였다. 늘 박은영이 자신을 올려다보며, 유태진 곁에 당당히 서 있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었으니까.
그제야 알았다. 유태진이 왜 끝내 나오지 않았는지. 분명 박은영이 옆에서 눈치껏 붙잡아 둔 탓이라 여겼다.
서연주의 눈빛은 칼처럼 매서웠다. 박은영이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는 눈매는 차갑고 담담했다. 서연주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과 원망으로 뒤엉킨 눈빛을 들킨 채 서 있었다.
예전의 화려함과 오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서연주는 그 굴욕적인 대비를 온몸으로 느꼈다. 그래서 더욱 괴로웠다.
유태진의 마음을 얻겠다며 일부러 빗속에 서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초라한 몰골만 드러냈다. 더구나 그 꼴을, 세심한 보살핌을 받던 박은영이 똑똑히 보고 있었으니 더더욱 견딜 수가 없었다.
박은영은 사실 꽤 놀랐다. 지금의 서연주는 예전과 너무 달랐다. 하지만 동정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했다. 결국은 제 잘못에 대한 대가일 뿐이라고.
게다가 서연주의 얼굴에 드러난 건 뉘우침이 아니라 끝없는 원망과 분노였다. 박은영은 그제야 확신했다. 어떤 사람은 애초부터 사고가 비틀려 있어서 이성으로는 절대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유 대표님, 괜찮아요. 지금은 챙기셔야 할 분이 따로 있잖아요.”
박은영은 서연주에게 시선을 오래 두지 않았다. 어깨에 걸친 코트도 굳이 입지 않았다. 그 코트를 걸치고 나가면 서연주에겐 또 다른 굴욕이 되리란 걸 알았지만 유치한 신경전에는 끼고 싶지 않았다.
다만, 지금 보니 두 사람의 거리가 자신이 예상했던 만큼 가깝지 않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유태진은 박은영의 냉담한 눈매를 잠시 바라봤다. 그녀는 코트를 벗어 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애초에 두 사람의 사정을 따져볼 마음이 없었다. 그대로 차를 몰아 떠났다.
유태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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