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4화
유태진은 박은영 앞에 물 한 잔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제야 박은영이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남자의 눈매는 차분했고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자 속눈썹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국 마실래?”
사람들 앞에서 다정한 부부인 척하는 장면 같았지만, 박은영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괜찮아요.”
그녀의 시선은 창밖으로 흘러갔다.
식탁에 앉은 누구도 서연주가 문까지 찾아온 일을 마음에 두는 눈치가 아니었다.
유태진에게서도 별다른 기색은 읽히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자 오래 붙잡는 일은 없었다.
이금희는 두 사람 사이의 기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이것저것 당부하고서야 차에 올랐다.
유나연은 현관을 나서며 무심코 대문 쪽을 보았다가 곧 미간을 찌푸리고는 차라리 보지 않는 게 낫다는 듯 서둘러 차에 올랐다.
그 사이 유태진은 전화를 받아 잠시 일 얘기를 나눴다.
오직 이효정만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가 박은영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예전은 예전이고, 충고 하나 할게. 네가 어떤 신분이든 지금은 태진이 아내야. 그건 안 변해. 그걸 네가 스스로 밝히지 않은 건 네 선택이었지. 그걸로 원망하진 마.”
그녀는 속으로 가늠했다. 박은영이 지금의 관심과 위치를 등에 업고 순간의 자만으로 이혼을 들먹인다면 세상 사람들은 유씨 가문을 뭐라 하겠는가.
얼마 전 서연주 일로 이미 집안이 도마 위에 올랐으니 박은영이 마음만 먹으면 흔들 수 있다고까지 여겼다.
이효정은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덧붙였다.
“물론 네가 그럴 거라곤 믿지 않아. 어쨌든 그 결혼은 네가 어떻게든 매달려 얻은 거잖아.”
그녀는 박은영이 유태진을 사랑한 나머지 스스로를 버린 사람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아무리 여유가 생겼다 해도, 감정 문제에서는 강하게 나오지 못할 거라 여겼다.
이혼? 박은영은 감히 못 하고 버리지도 못할 거라고.
박은영은 뜻밖의 말에 잠깐 놀랐지만, 곧 속내를 단번에 읽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효정이 굳이 말을 건넬 리 없었다. 불안과 경계가 없다면 불러 세울 이유도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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