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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허윤정의 상태는 심각했다. 얼굴은 잿빛으로 질렸고 눈빛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서연주 역시 나을 게 없었다. 오늘 벌어진 일은 너무도 크게 번졌고 도무지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해가 안 돼요... 어쩌다 이렇게 갑자기...” 서연주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섞여 있었고 허윤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붉어진 눈가를 힘겹게 감췄다. 그동안 애써 쌓아 올린 명성과 지위가 단 하루 만에 산산이 무너졌으니 허윤정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 ‘박은영이 일부러 소란을 피우러 찾아왔다니...’ 심지어 허윤정이 배승연에게 인심 쓰듯 선물했던 그림마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자신을 정면으로 찔렀다. “그 그림은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서연주는 분노로 굳어진 목소리를 내뱉었고 태어나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말투마저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허윤정은 이를 악물며 눈을 감았다. “<적멸>은 늘 내 손에서 떼지 않고 보관했어. 너도 몰랐을 거야. 얼마 전 정리하다가 화랑 창고에 넣어두자고 생각했을 뿐이야. 아무도 모르는 곳이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하필 그 순간, 하필 그 그림을 배승연이 끄집어냈을까.” 그 그림은 별도의 자물쇠까지 채운 방에 두었고 직원조차 그곳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어떻게 배승연이 딱 그 타이밍에 들이닥쳐서 그걸 본 거지? 어째서 내가 방심한 바로 그 순간에 일이 터진 거야...” 서연주는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그럼 애초에 왜 그 그림을 그렇게까지 붙들고 있었던 거예요? 처음부터 없애버렸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순간, 허윤정의 눈빛이 매섭게 바뀌었다. “그건... 내가 반드시 증명해야 했으니까! 내가 박은주보다 강하다는 걸 말이야.” 과거 박은주는 언제나 허윤정을 눌러왔었고 <여명>과 <적멸>은 늘 허윤정을 짓밟는 상징이었다. 그 때문에 허윤정은 장학금도 물거품이 되었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박은주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박은주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부잣집 딸이었고 허윤정은 늘 뒤에서 숨을 몰아쉬는 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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