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7화
정하늘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서연주 씨, 저게 무슨 말이죠? 심해준이 서연주 씨를 좋아한다고요? 심지어 결혼까지 하겠다는 거예요?”
그러고는 유태진을 흘끗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
“태진아, 연주 씨는 꽤 인기 있네. 너한테 경쟁자까지 생긴 거 아니야? 게다가 결혼하겠다고까지 나서는 사람이 있다니.”
보통 남자라면 위기의식을 느껴 당장이라도 서연주를 아내로 맞이하려고 할 것이다.
서연주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그건 곧 사실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심해준은 유태진을 본 순간 얼굴이 굳었지만 끝내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박은영은 곧장 심가희를 뒤로 물리쳤고 유태진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차가운 경계심이 있었다.
조금 전 심가희가 서연주를 두고 쏟아낸 말이 혹시 유태진의 귀에 들어갔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박은영의 분노는 따로 있었다.
유태진이 그림을 또다시 사들여 감추고는 서연주와 허윤정을 한껏 감싸고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이 박은영의 가슴을 짓눌렀다.
그래서 유태진을 향한 박은영의 얼굴에는 조금의 온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유태진은 잠시 박은영을 스쳐보았을 뿐 굳이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제 곧 시작할 거야. 들어가자.”
유태진은 담담한 말투로 서연주를 향해 말하고 나서 그저 무심하게 자리를 옮겼다.
굳이 심해준과 맞서서 다투려 하지도 않았다.
서연주는 조용히 유태진을 바라보았다.
유태진이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오히려 오늘처럼 유태진 앞에서 심해준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건 나쁘지 않았다.
정하늘이 말했듯 남자는 본능적으로 정복욕과 소유욕을 가진 존재다.
지금 이 순간 유태진 역시 자신을 향한 시선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고, 혹여 더 단단한 결심을 품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서연주는 오늘 심해준을 불러 둔 게 결코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꽤 이득이 되는 거래였다는 걸 느끼며 속으로 은근히 만족스러워했다.
심해준과 서연주는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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