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6화
하수혁은 배승연의 거침없는 말투에 순간 놀라며 속으로는 생각에 잠겼다.
‘차라리 은영이가 얼른 이 답답한 굴레에서 벗어나면 좋을 텐데.’
박은영 역시 이런 성격의 사람을 처음 마주하는 터라 당황스러웠는데 게다가 배서훈의 이름까지 꺼내니 더욱 난감했다.
배승연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박은영을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유 대표님 눈썰미는 정말 별로예요.”
“그건 승연 씨의 말씀이 맞습니다.”
하수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어찌 별로인 정도인가. 보잘것없는 걸 보물이라 착각한 꼴이었으니 말이야.’
박은영은 배승연이 직접 축하를 전하러 와 준 것이 고마웠다. 하지만 박은영과 배서훈 사이 문제는 이미 배서훈 본인과 충분히 이야기한 일이라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러자 배승연은 웃음을 머금고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알아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죠. 괜찮아요. 제 동생이 겉보기에는 가벼워 보여도 사실은 고집이 세고 감정에 진지한 사람이에요. 서두를 필요는 없죠.”
그 한마디에 박은영이 입을 열 틈조차 사라졌고 하수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배승연 씨, 지금 우리 은영이까지 곤란하게 만드는 거 아닙니까?”
배승연은 팔짱을 끼고 돌아서며 단호히 받아쳤다.
“유 대표님 곁에는 이미 다른 여자가 있잖아요. 박 대표님처럼 좋은 분이라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야죠. 그런 사람들과는 멀리 떨어져야 해요. 저는 오히려 불 속에서 박 대표님을 구해내는 거라 생각해요.”
하수혁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이런 대담한 생각은 감히 부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박은영과 유태진 사이에는 여전히 계약이 남아 있었고 감정과는 별개로 공식적인 관계가 존재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다른 선택을 운운한다면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박은영 역시 유태진과 다를 바 없는 사람으로 보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배승연은 그런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오직 지금 당장 즐겁고 속 시원한 방향만 선택하는 성격이었다.
“하 대표님은 연애 경험이 많지 않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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