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1화
심해준의 말이 끝날 때까지 유태진은 내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마치 일이 자기 아내와는 무관한 듯, 그저 먼발치에서 지켜보는 방관자처럼 앉아 있었다.
“믿든 말든 상관없어.”
그러다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던 위진혁이 심해준을 흘겨보며 툭 내뱉었다.
“이 두 편 논문은 내가 5년 전에 이미 봤어. 박은영이 혼자 쓴 게 맞아.”
위진혁의 단호한 말 한마디가 곧 사실을 확정 지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박은영은 하태민의 제자였고 위진혁과 하태민은 늘 불편한 사이였다. 그런 위진혁이 나서서까지 인정한다면 이번 사건의 진실은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만약 박은영이 쓴 게 아니었다면 위진혁은 차라리 하태민의 체면을 구기더라도 사실을 외면했을 사람이었다.
위진혁의 말은 누구보다 설득력이 있는 증언이었다.
두 교수님 사이의 관계가 아무리 좋지 않아도 학문 앞에서는 단 한 치의 타협도 없었기 때문이다.
심해준은 순식간에 말문이 막혔고 얼굴이 시커멓게 굳어졌고 본능적으로 시선을 서연주 쪽으로 돌렸다.
서연주는 온 힘을 다해 감정을 억눌렀지만 줄곧 떨리는 입술이 자신의 속내를 들킬까 두려웠다. 서연주조차 설마 위진혁이 직접 나서 박은영을 증명해 줄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위진혁 교수님은 이미 박은영을 알고 있었다는 뜻인데 왜 단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던 걸까? 지금껏 박은영의 진짜 실력을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눈앞의 몇 편의 논문만으로도 서연주는 가슴이 심하게 요동쳤다.
‘만약 박은영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과연 내가 따라잡을 수 있을까?’
서연주는 거칠게 몰아쉬는 호흡을 간신히 누르며 공개석상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겨우 논문일 뿐이야. 실제 연구나 실무는 아직 나한테 밀릴 수도 있잖아...’
서연주는 마치 주문처럼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그 순간, 두 손을 포개고 있던 유태진이 시계를 한 번 두드리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고 박은영을 향해 시선을 맞추며 드물게 입을 열었다.
“축하해.”
위진혁의 말에 이해한 듯 유태진은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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