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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박은영은 순간적으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서연주를 위해 나서서 해명하라고?’ 서연주는 그 말이 우스울 따름이었다. 이효정 역시 박은영의 속마음을 읽은 듯했지만 태연하게 말을 이어 갔다. “내 말은 서연주를 돕자는 게 아니야. 이 모든 게 태진이를 위해서지. 태진은 네 남편이잖아. 대부분은 서연주가 욕심내다 실패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의심하는 말이 계속 돌면 태진이도 곤란하지 않겠니? 넌 홍보 일을 해 본 사람이니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 일을 정리하는 법을 알 거야. 그렇지 않아?” 소문을 완전히 잠재우지 못하더라도 작은 의혹 하나가 쌓이면 결국 평판에 흠집이 나는 법이었다. 이효정에게는 아들이 조금도 상처 입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리고 박은영이야말로 유태진의 아내였으니 당연히 유태진의 편에 서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은영은 가만히 이효정을 바라봤다. 이효정의 시선 끝에는 이익만을 중시하는 차가운 현실이 고스란히 비쳤고 그 이익을 위해 희생해야 할 사람은 바로 박은영 자신이었다. 박은영은 천천히 숨을 내쉬고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유씨 가문의 체면과 태진 씨의 명예를 깎아내린 장본인은 제가 아니에요. 해결책을 원하신다면 당사자에게 요구하시거나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말라고 말려야 했죠. 저를 찾아와서 모든 책임을 떠안으라 하시는 건... 저보고 희생양이 되라는 말과 다를 게 없네요.” 박은영의 이 말은 꾸밈없는 거절이었고 돌려 말할 틈조차 없는 단호한 직설이었고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찌르는 말이기도 했다. 예전 같았으면 시댁 어른이라는 이유로 한발 물러섰을지도 몰랐지만 지금의 박은영에게 그런 의무는 더 이상 없었다. ‘반대로 반성해야 할 쪽은 오히려 유씨 가문이 아니야?’ 박은영의 말에 이효정은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박은영의 차분한 얼굴은 단호했고 조금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예전의 순한 며느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박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정중히 말했다. “차는 다 마시고 가셔도 됩니다.” 박은영은 이효정과 더 이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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