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4화
그 일은 허윤정을 불같이 화나게 했다.
허윤정 역시 이 바닥에서 오랫동안 부대끼며 살아왔기에 사정을 모를 리 없었다.
이 사회에서 남자들의 문제도 문제지만 사실 더 복잡한 건 부인들의 세계였다.
그녀들은 평소에는 차 마시고 화투를 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아도 그 속에서 각 집안의 사정을 파악하고 남편들이 직접 나서기 곤란한 사업상의 일들을 은밀히 주고받으며 암암리에 일을 도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사모님들을 하나의 단결된 조직으로 묶는 유일한 원칙이 있었다.
바로 남의 집을 깨뜨리는 여자들, 즉 애인, 내연녀 같은 존재들에 대한 태도였다.
소문이란 막을 수 없는 법이었으니 이제 부인들 사이에도 어느 정도 풍문이 흘러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래서 허윤정도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집으로 돌아온 허윤정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저 여자들은 참 앞뒤도 못 보고 경솔하네! 태진이가 누구 편을 드는지도 모르면서 함부로 줄을 서?”
허윤정은 분노를 터뜨렸고 서연주는 눈을 감아 숨을 고른 뒤 담담히 대답했다.
“괜찮아요. 제가 직접 태진 씨와 상의할게요. 태진 씨가 알게 되면 제일 먼저 해결할 겁니다.”
허윤정은 딸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화가 풀리지는 않았다.
“박은영은 정말 자기 엄마를 빼닮았어. 겉으로는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척하면서 뒤로는 끝없이 욕심부리고 손을 쓰지 말이야. 만약 박은영이 이런 일을 꾸미며 유씨 가문의 어르신을 불러내지 않았다면 너와 태진이는 지금쯤이면...”
“엄마.”
서연주는 더 듣기 싫다는 듯 차갑게 허윤정의 말을 잘랐다.
“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요. 당시 상황에서 태진 씨가 선택할 방법은 없었잖아요. 할머니가 직접 앞에 계셨고 유성 그룹의 기업 이미지와 신용을 지켜야 했으니까 박은영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워낙 많았으니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넘어가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서연주는 누구보다도 유태진이 처해 있는 자리가 얼마나 복잡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유태진의 처지를 이해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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