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9화
유태진의 말에 박은영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차피 할머니도 곁에 없는 상황인데 굳이 이런 형식적인 절차까지 지켜야 할 이유가 있을까?’
게다가 지금 유태진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서연주를 찾아가서 오늘 벌어진 소동을 수습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서연주는 아마 이런 큰 굴욕과 타격을 받은 게 처음일 것이고 분명 유태진의 위로가 필요할 터였다.
“주소 알려줘.”
유태진은 고개를 돌려 박은영을 보며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
“너무 늦은 밤이야. 여자 혼자 다니기에는 위험해.”
유태진은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고 박은영은 굳이 따지고 싶지 않아 그의 휴대폰 내비게이션에 자기 집 주소를 직접 입력해 주었다.
차 안은 고요했고 내내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으며 거의 도착할 무렵, 차 안의 적막을 깨는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중앙 콘솔 위에 올려둔 유태진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박은영은 무심히 시선을 떨궜다가 곧 눈길을 거두었다.
화면에 뜬 이름은 BB였고 카카오톡 통화였다.
그런데 유태진은 숨기려는 기색조차 없이 곧장 통화 버튼을 눌렀다.
“태진 씨? 거기 일은 다 끝났어요?”
서연주의 목소리는 지쳐 있었지만 애써 진정하려는 기색이 묻어났고 유태진은 짧게 응답했다.
“응.”
서연주는 오늘 일의 충격을 그대로 끌어안고 있었지만 여전히 유태진을 먼저 생각하며 말을 이어갔다.
“제가 괜히 태진 씨한테 민폐를 끼친 거죠? 결국 박은영 씨를 어쩔 수 없이 인정하게 했으니 태진 씨한테도 영향이 있었을 거예요.”
박은영은 그 단어에 순간 미간이 스쳤다.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서연주의 말이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유태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괜찮아.”
“하지만 앞으로 저는 사람들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태진 씨 생각은 어때요?”
서연주는 깊은숨을 내쉬며 물었다.
“지금은 좀 바빠.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유태진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서연주도 지금의 유태진은 역시 골치 아픈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박은영과 그토록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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