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4화
날카로운 목소리는 방금까지 팽팽하게 조여 있던 공기를 단숨에 끊어냈다.
박은영을 향해 쏟아지던 질책과 비난, 멸시의 시선들이 일제히 뒤쪽으로 향했다.
서연주와 그 일행도 고개를 돌렸다.
꼿꼿이 서 있는 이금희의 모습을 보는 순간, 서연주는 얼굴빛이 확 달라졌다.
정하늘도 입가에 걸려 있던 웃음을 거두었고 표정은 단숨에 굳어졌고 심지어 등골이 싸늘해졌다.
김정한은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순간적으로 감을 잡고는 입술을 굳게 다물며 박은영을 바라봤다.
“어르신...”
심해준은 몇 년 전에도 이금희를 뵌 적이 있었기에 자리에서 똑바로 서며 한결 더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심해준의 할아버지가 늘 입버릇처럼 말했었다.
“이금희는 젊을 적부터 이름난 인물이었어. 유명 가문의 장녀로서 수완과 심지가 남달랐고 나중에 유동욱과 결혼해 함께 유씨 가문의 전성기를 세웠어.”
‘하지만 방금 들은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
모두가 순간적으로 혼란에 빠졌고 혹시 잘못 들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스쳤다.
박은영은 이금희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본능적으로 손가락이 움츠러들었다.
그러던 찰나에 박은영은 오늘 어떤 일들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오는 이금희의 몸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맴돌았고 상황은 충분히 위압적이었다.
유태진이 미간을 좁히며 먼저 입을 열었다.
“할머니, 아직 안 가셨어요?”
이금희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앞으로 걸어와 박은영 앞에 섰다.
비록 마른 체구였지만 반듯이 선 어깨와 기세는 누구도 가볍게 볼 수 없었다.
“내가 갔더라면 이런 꼴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겠니?”
이금희는 말하면서 곧장 차갑게 위아래로 훑는 눈빛으로 서연주를 바라보았다.
직접 서연주를 보는 것도 이금희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러자 서연주는 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혔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가까스로 입을 열었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어르신...”
서연주의 표정이 어둡게 변하자 심해준은 오히려 그녀가 박은영과 유태진이 한자리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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