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0화
박은영은 배서훈에게 조금이라도 불확실한 기대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곧장 핵심만 찔렀다.
배서훈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몇 번 만난 것만으로도 박은영의 성격을 대략 알 수 있었으니까.
그는 묵묵히 지켜만 보는 방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또 거절당했다고 해서 마음이 무너지는 사람도 아니었다.
배서훈은 눈을 가늘게 휘며 웃었다.
“알아요.”
“감정이라는 게 고백 한 번 한다고 바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진심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는데 은영 씨가 왜 받아줘야 하죠?”
박은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배 대표님, 이건 시험 같은 게 아니에요. 저는 정말 그쪽으로는 생각이 없어요. 누구든 상관없이요.”
배서훈은 그녀의 태도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그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거절마저도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단호함조차 참으로 귀하다고 생각했다.
배서훈은 조금도 기죽지 않은 듯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요. 그럼 제가 은영 씨를 좋아한다는 말은 잠깐 잊어줄래요?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요. 혹시라도 그것 때문에 저를 멀리한다면 조금 서운할 것 같아요.”
박은영은 잠시 의아했다.
배서훈은 그녀가 잘 아는 유형의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직설적이고 뜨겁고 또 솔직했다. 아마도 오랫동안 해외에서 자라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할 말을 다 했으니 이제 선택은 그에게 달려 있었다.
“그렇게 빤히 보지 마요.”
배서훈이 고개를 기울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굳이 절 의식할 필요 없어요. 은영 씨는 원래대로 하면 돼요. 앞으로 사업이든 협력이든 제가 고백했다는 이유로 불편해할 필요 없어요. 저 정말 괜찮아요.”
그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박은영도 더 깊게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녀는 본래 깔끔한 사람이었고 괜한 눈치를 보거나 머뭇거리지 않았다.
배서훈은 그녀가 다시 데이터에 집중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상처받은 기색 없이 박은영의 하얀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눈썹을 올렸다. 천천히, 조금씩 다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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