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7화
결혼식에서 식사를 마친 뒤, 박은영과 하수혁은 바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이번에 와서 배우는 동안, 박은영은 다시 한 번 시야가 확 트이는 걸 느꼈다.
심지어 빨리 돌아가서 원로 연구원들과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각국의 기술 혁신 역량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유태진 일행과 다시 마주치는 일도 없었다.
경운시에 도착하자마자, 박은영은 곧장 하씨 가문으로 향했다.
장시간 비행의 피로쯤은 아예 잊은 듯, 연구자의 뼛속 깊이 박힌 집념이 그녀를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아드레날린이 온몸을 지탱해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얼굴빛이 창백한 박은영을 본 하태민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저었다.
“거울 좀 봐. 지금 꼴이 어떤지 알지? 잠부터 자. 푹 자고 와서 얘기해.”
결국 박은영은 무정하게도 방으로 쫓겨나 잠을 청해야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하수혁은 하태민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잠시 눈을 붙인 뒤, 박은영은 금세 일어나 하태민에게 이번 연수에서 정리한 생각들을 쏟아냈다.
하태민은 훌륭한 스승이었고 그녀가 막히는 곳마다 꼭 필요한 핵심만 짚어주었다.
박은영은 이해력이 빨랐기에 장황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야기가 마무리될 즈음, 하태민이 툭 내뱉듯 말했다.
“위진혁 일은 얼추 들었다. 신경 쓸 필요 없어. 무시하면 알아서 사라질 거다. 상양 컴퍼니에 가서 기술 지도라니, 참 할 일도 없는 모양이야.”
박은영은 굳이 유태진이 서연주의 부탁으로 위진혁을 불러낸 것이라는 건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돌봐야 할 화분들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오래 머물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금희의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에 좀처럼 먼저 연락하지 않는 지라 박은영은 놀라며 받았다.
“할머니?”
“은영아, 퇴근했니?”
상냥하게 웃는 목소리에 박은영은 출장 이야기는 생략하고 짧게 대답했다.
“네, 무슨 일이세요?”
“큰일은 아니고 말이다... 모레가 태진이 생일이잖니. 너희 집에서 모여서 보낼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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