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5화
유태진은 결혼식이라도 다시 올리자는 얘기를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
물론 박은영도 이해했다. 억지로 시작된 결혼이니, 굳이 형식적인 예식을 치르고 싶지 않았겠지.
하지만 하수혁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 일로 가장 상처를 깊게 받은 사람이 박은영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오해와 비난, 억울함을 혼자 짊어진 것도 결국 그녀였으니까.
“그 사람은 아직도 네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는 거야?”
박은영에 관한 일은 하수혁도 조금 알고 있었다. 심가희가 예전에 하수혁에게 넌지시 말한 적이 있었으니까.
박은영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믿진 않을 거예요.”
설명해 봤자 소용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모든 일을 계획한 건 주명훈이었다. 억울하든 아니든, 책임은 끝내 그녀가 감당해야 했다.
하수혁은 이 상황이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참, 왜 이렇게 일만 겪는 건지...’
그때, 유태진과 서연주가 자리에 합류했고 하객들도 속속 도착하면서 화제는 자연스레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서연주는 조금 전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눈가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하수혁은 속으로 추측했다.
‘혹시 유태진이 뭐라도 약속한 건가?’
야외 잔디밭에서 열린 캠핑 콘셉트의 결혼식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자유롭고 화사한 분위기였다. 웃음소리, 음악, 와인잔 부딪히는 소리가 어우러져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박은영도 그런 분위기에 조금 물들어 있었다. 행복한 표정으로 서 있는 신부를 바라보니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그리고 부케를 받는 순서가 다가왔다.
박은영도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무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때,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화면에 뜬 이름은 지남준이었고 그는 대부분 긴급한 기술 문제가 생겼을 때 전화를 걸어온다.
박은영은 걸음을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역시 예상대로 지남준에게는 실제로 기술적인 난제가 있었고 박은영의 분석과 조언이 필요했다.
박은영은 전화를 들고 걸어가면서도 인파에서 빠져나올 궁리를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불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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