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0화
박은영은 옆을 힐끔 바라본 뒤, 곧바로 시선을 거두고 준비해 온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수혁도 서연주가 이쪽으로 오는 걸 보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규정대로라면 서연주는 명문대 출신의 우수 참가자일 뿐이었다. 게다가 자체 신청으로 들어온 케이스라, 아무리 잘해도 두번째 줄에는 앉을 수가 없다.
하수혁의 시선은 저절로 첫째 줄에 막 앉은 유태진에게로 향했다.
굳이 이유를 따질 필요도 없었다. 유태진이라는 존재 덕에 서연주가 이 자리에 앉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수혁은 박은영 쪽을 흘낏 봤다. 다행히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노트를 정리 중이었다.
서연주 역시 박은영 옆자리에 앉는 게 달갑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편해할 이유도 없었다.
이 자리가 어색하다면 그건 박은영 쪽일 테니까.
반쪽짜리 경력으로 중간에 끼어든 사람이 이 분위기에서 편안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도 있었다. 상양 컴퍼니 표절 사건 때 박은영은 당당히 책임을 떠안는 선택을 했고 덕분에 이번 학술회의에 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정도 배짱과 계산은 있는 사람이긴 하지.’
다만 학술회의는 전부 영어로 진행된다.
박은영은 해외 유학 경험도 없고 전문 용어가 난무하는 자리에서 얼마나 알아들을 수 있을지 서연주는 속으로 조금 비웃고 있었다.
박은영은 그런 서연주의 생각을 알 리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하수혁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희가 여기 분위기 궁금해하던데, 사진 몇 장 찍어서 보내줄까요?”
하수혁은 심가희 성격을 잘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내밀었다.
“아직 시작 전이니까 몇 장만 찍어 보내.”
박은영은 휴대폰을 받아 회의장 전경을 몇 장 찍은 뒤 심가희에게 바로 전송했다.
서연주는 다리를 꼬고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가 인스타 핫플인 줄 아나... 사진 찍어서 자랑하려고 온 거야 뭐야.’
곧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라 주제는 이미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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