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8화
박은영은 그 자리에서 말문이 막혔다.
표정이 멍해진 채 몇 초간 아무 말도 못 하다가 뒤늦게야 배서훈이 방금 한 말 속 좋아한다는 의미를 알아챘다.
생각해 보면 둘이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만난 횟수도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렇게 갑자기, 아무런 예고도 없이 호감을 고백하다니.
“제가 하고 싶은 말은요.”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저한테 연락해요. 낯선 나라에서 불편한 일 많을 테니까요. 그리고 제 마음 때문에 부담 가질 필요도, 당장 뭘 결정할 필요도 없어요. 은영 씨가 편한 방식으로 지내면 돼요. 그럼 우리 다음에 다시 얘기해요.”
그의 말투는 차분했지만 확신이 담겨 있었다. 대답을 재촉하지도, 민망한 틈을 주지도 않았다. 마치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만 전화를 건 것처럼.
그리고는 박은영이 거절할지 말지 고민할 틈도 없이 배서훈 쪽에서 먼저 전화를 끊었다.
박은영은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
‘배서훈이 나를 좋아한다고? 언제부터?’
맞은편에서 이 대화를 전부 들은 하수혁은 들고 있던 물잔을 입에 가져가다 말고 굳어버렸다.
“하, 결국 노린 게 있었네? 처음부터 이상하게 친절하다 했어, 내가.”
생각해 보면 처음 만난 그때부터 묘한 기류가 있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말할 줄은 몰랐다.
박은영은 딱히 이해 못 할 건 없었지만 배서훈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속마음을 드러내는 태도에는 조금 놀랐다.
어릴 때부터, 또 학생 시절 내내 그녀 곁엔 늘 누군가의 고백이 따라붙었다. 본인도 자신이 인기가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다 주도영에게 꽉 묶여, 남자와 어울리는 건 고사하고 연애조차 금지당했는데도 불구하고 대학에 와서는 전공을 넘어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로열 홍보팀에서 일하게 된 뒤로는 달라졌다. 매일같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술자리에 나가도 정작 누가 다가오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지금 배서훈의 등장은 솔직히 조금 뜬금없었다.
“넌 어때? 어차피 이혼도 했잖아. 게다가 상대가 배서훈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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