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7화
“저 사람들도 같은 호텔에 묵는대. 이번 학술회의 지정 호텔이라서. 혹시 불편하면 우리 숙소 바꿀까?”
하수혁은 여전히 박은영의 마음을 살피고 있었다.
멀리까지 와서 겨우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불필요하게 마음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에요.”
박은영은 고개를 저었다.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이잖아요. 어차피 문만 닫으면 서로 얼굴 볼 일도 없을 텐데, 상관없어요.”
말을 마친 바로 그때 유태진 일행도 멀지 않은 자리로 와 앉았다.
테이블 사이의 경계가 눈에 보이듯 뚜렷했다.
그런데 그들이 막 자리를 잡자마자 머리를 단정히 땋은 작은 소녀가 커다란 장미꽃다발을 안고 유태진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수줍은 얼굴로 그중 한 송이를 뽑아 내밀며 속삭였다.
“오빠, 이거 예쁜 언니한테 드릴래요?”
유태진은 눈앞의 소녀를 잠시 바라봤다. 옆자리의 서연주도 무심코 그의 반응을 살폈다가 이내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
“왜?”
소녀는 약간 짙은 피부를 가졌는데 혼혈아 같았다. 서연주의 물음에 소녀는 해맑게 대답했다.
“오빠랑 언니는 서로 사귀는 사이잖아요? 신사는 예쁜 언니한테 꽃을 선물해야 해요.”
서연주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
귀엽고 입심 좋은 아이였다. 그녀는 소녀의 손에서 장미 한 송이를 받아 들며 유태진을 흘깃 보았다.
“태진 씨, 이거 마음에 들어요?”
유태진은 소녀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걸 보곤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였다. 그리고 지갑에서 고액 달러 지폐를 꺼내 소녀의 손에 슬쩍 쥐여주며 말했다.
“꽃다발은 전부 살게. 하지만 우린 다 들고 갈 수 없으니까 나머지 꽃들은 네가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나눠줘.”
소녀는 반짝이는 눈으로 연신 고맙다고 외치고는 활짝 웃는 얼굴로 레스토랑을 돌아다니며 테이블마다 꽃을 한 송이씩 나눠줬고 곳곳에서 놀라움과 감사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다 어느새 한 송이 꽃이 박은영의 손끝에 놓였다.
소녀가 속삭였다.
“언니, 이거 아까 그 오빠가 준 거예요.”
커피잔을 들고 있던 박은영은 잠시 멈칫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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