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6화
박은영은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동안 스스로를 설득해 왔다. 결국 완전히 절제하는 수밖에 없다고, 그게 최선이라고.
권이준은 박은영의 흔들린 마음을 읽어냈다.
심신이 크게 다친 환자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는 차분히 반드시 알려야 할 사실부터 전했다.
“다만 조건이 있어요.”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여러 방면에서 협력이 필요하고 위험도 조금 커요. 전 지금 관련 약물을 개발 중이고 해외 연구진과 함께 임상 실험도 진행 중이에요. 실제 임상 사용까지는 최소 두 달은 걸릴 겁니다. 그래도 저를 믿으신다면 그전까지는 제가 치료를 맡아드릴게요. 원칙은 불필요한 절제는 하지 않는 거예요.”
박은영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갔다. 결국 몸은 자신의 것이고 감당해야 할 위험도 자신이 짊어져야 했다.
박은영이 침묵하는 동안, 권이준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 물었다.
“조금만 기다려줄 수 있겠어요?”
관련 약물이 임상에서 허가를 받기까지 조금만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그는 최대한 그녀의 생식 능력을 보존할 수 있었다.
박은영은 쉽게 흔들리는 성격이 아니었다.
긴 호흡 끝에 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할게요.”
단호한 그녀의 태도에 권이준은 잠시 놀랐다. 사실상 모든 희망을 자기 손에 맡긴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혹시 가족분들이나 친구분들과 상의해 보시겠어요?”
의사의 책임으로 물은 거였지만 박은영은 옅은 미소만 지었다.
“괜찮아요. 제 일은 제가 결정할 수 있어요.”
권이준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제 그녀의 상태는 거의 파악했다.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상담이 끝난 뒤, 박은영은 예의 바르게 그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이제부터는 그녀의 상황에 맞춰 치료 계획을 세워야 했다.
그는 새 약을 몇 가지 처방해 줬다. 값이 만만치 않았지만 박은영의 마음속엔 오히려 오랜만에 희미한 희망 같은 게 피어올랐다.
심지어 문득 그런 생각까지 스쳤다.
만약 그때 텍스와의 일을 관대하게 넘어가지 않았다면 권이준이 이렇게 먼저 나서서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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