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0화
박은영은 더 이상 서연주와 말싸움으로 에너지를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싸늘한 얼굴로 계약서 첫 장을 넘기고 단호하게 서명했다.
서연주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이 상황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는 것을.
더 고집을 부린다면 오히려 박은영이 원하는 대로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 뿐이었다.
박은영은 그녀가 서명하는 것을 확인하자 곧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나머지는 강지우가 처리하면 될 일이었다.
사실 박은영은 이번 사건을 법정 공방으로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 소송은 시간도 많이 들고 끝없는 소모전이 될 수 있기에 차라리 서연주가 위약 책임을 지고 계약을 끊는 쪽이 훨씬 명확하고 깔끔했다.
박은영은 더 이상 이런 사람에게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협력 관계는 당연히 불가능했다. 박은영이 건물을 나와 티젠 공장을 둘러보러 가려던 순간, 서연주가 거의 동시에 따라 내려왔다.
그러다 헤어지기 직전, 서연주는 날 선 시선을 박은영에게 던지며 차갑게 말했다.
“박 대표님, 사람 일 처리하는 거 보니 정말 놀랍네요. 부디 오래 버티시길 바랍니다.”
박은영은 담담히 시선을 돌리며 차갑게 받아쳤다.
“서연주 씨는 오히려 쓰레기통에서 건져낸 남자 덕분에 목숨 줄 붙잡은 걸 감사해야죠. 저한테 빈정거릴 여유는 없어 보이는데요.”
순간 서연주의 얼굴빛이 확 굳었다. 그러나 박은영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때, 길가에 멈춰 선 검은 차에서 한 사람이 내렸다.
유태진은 무심한 얼굴로 두 여인을 바라보았다. 눈동자에는 기쁨도 분노도 없었다. 마치 자신과 상관없는 일인 양, 파문조차 없는 시선이었다.
박은영은 차갑게 시선을 거둔 뒤, 뒤돌아보지도 않고 걸음을 옮겼다.
서연주는 심호흡을 하고 유태진 곁으로 다가섰다.
“태진 씨, 저를 데리러 오신 거예요?”
“대화는 잘 됐어?”
유태진이 눈을 내리깔며 물었다.
서연주는 순간 얼굴이 굳으며 관자놀이가 저릿하게 아팠지만 끝내 고개를 들어 담담하게 말했다.
“좋진 않았어요. 티젠도 상양과 계약을 끊었습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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