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화
무더운 여름이 지나간 가을의 어느 날 오전, 한유설은 주방에서 집주인이 보내온 지역 특산물을 뜯어봤다. 마음만 받겠다고 했지만 집주인이 기어코 보내주겠다고 하는 바람에 그녀도 어제 집주인에게 답례를 보내며 한 번만 더 수령 거절하면 이제 더는 보내온 물건을 받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제야 집주인도 더는 거절하지 않고 돈이 많이 들었겠다며 수령했다.
박스를 뜯은 한유설은 안에 든 특산물을 옆에 가지런히 놓았다. 별장에서 지내기로 한 첫 주에 집주인과 고인애가 전화를 걸어와 프로젝트 개발이 취소되었다며 일단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흥분한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한유설은 완전히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그때 우주한이 뒤에서 그녀를 꼭 끌어안더니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대며 음악을 들려줬다. 음악은 서정적이면서도 감미로워 듣지 좋았지만 우주한 본인과는 닮은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듣기 좋네요. 감미로워요.”
우주한이 그녀의 얼굴에 뽀뽀했다.
“유설 씨를 위해서 쓴 노래예요.”
고개를 돌리자 한유설의 예쁜 눈동자에 어린 놀라움이 그대로 보였다.
‘나... 나를 위해 쓴 거라고?’
그는 한유설이 경악을 금치 못하자 손으로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바보 아니에요? 내 팬들도 이 노래가 유설 씨를 위해 쓴 노래라는 거 분석해 냈는데.”
우주한은 한유설의 둔감한 신경에 한탄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른 커플은 남자가 데면데면해서 문제인데 두 사람은 완전히 바뀐 것이다.
한유설은 확실히 그쪽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난감한 표정으로 웃었다.
“근데 되게 신기한 일 하나 발견했어요. 이 두 곡 다 내가 작사 작곡한 곡인데 언제 썼는지, 또 언제 발표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요.”
이 두 곡은 우주한이 음악 재생 어플을 뒤지다가 찾아낸 곡이었고 작사 작곡에 그의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너무 낯설었고 이런 곡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우주한의 품에 안긴 한유설은 거실 소파에 앉아 이것저것 조회하는 그를 내려다보는데 풍자의 의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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