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화
한유설은 아무리 피해도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다.
‘책에서 나온 한유설처럼 처참해지지 않고서는 절대 시나리오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인가?’
하지만 한유설은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 겨우 별장에서 빠져나와 책에서 나온 결말을 비껴갔는데 지금 포기하면 전에 했던 노력이 다 헛수고가 된다.
‘그래.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한유설은 우주한이 어떤 성격인지 대충 알고 있었다. 그가 먼저 포기하거나 질리지 않으면 그녀가 아무리 피해도 승부욕만 불러일으킬 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아무런 기억도 없는 우주한을 만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첫눈에 반했다고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질릴지도 모른다.
물건을 정리한 한유설이 우주한에게 보낼 문자를 적고 큰 결심이라도 한 사람처럼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전송을 눌렀다. 그러자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답장이 날아왔다.
[문 열어요.]
한유설은 이런저런 조형물을 뚫고 정원밖에 선 우주한을 찾아냈다. 아래로 내려와 문을 열어보니 우주한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등 뒤로 보이는 숲처럼 음침하면서도 위험했다.
“고민 끝났어요?”
우주한이 눈꺼풀을 축 늘어트리고 한유설을 바라보자 그녀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한번 만나볼게요. 다만 골프장 개발 건은 이대로 묻어버리고 갔으면 좋겠어요.”
우주한이 앞으로 성큼 다가서더니 한유설의 손을 꼭 잡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가서 얘기해요.”
안으로 들어간 우주한이 정원 문을 걸어 잠갔다. 허리를 잡혀 꼼짝달싹할 수 없었던 한유설은 어쩔 수 없이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로 들어온 한유설은 잽싸게 우주한의 품에서 나오며 애매한 분위기와 야릇한 시선 모두 피해 가려 했다.
“이... 일단 여기 앉아요.”
이 말에 우주한이 얌전하게 자리에 앉더니 가볍게 웃었다.
“대각선에 앉고 싶은 거예요?”
속내를 들킨 한유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앉으려던 자리에 앉았다. 우주한은 그런 그녀를 보고도 딱히 급해하지 않고 웃었다. 어차피 앞으로 시간은 많았기 때문이다.
“고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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