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화
한유설이 주전자 손잡이를 꼭 잡고 공손하게 말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우주한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말했다.
“정원에 핀 꽃들 유설 씨가 심은 거예요?”
한유설이 대답했다.
“보면 기분이 좋아서 심다 보니 저렇게 많아졌네요.”
한유설이 고개를 숙여 꽃을 내려다봤다. 시장에서 꽃장수를 볼 때마다 그냥 지나치기 힘들어 조금씩 사다 보니 점점 더 걷잡을 수가 없었다.
우주한은 그런 한유설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잘 가꿨네요.”
한유설은 혹시나 우주한이 정원을 구경하겠다고 할까 봐 눈을 마주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때 우주한이 바로 목적을 드러냈다.
“첫눈에 반했어요. 내게 기회를 줘요.”
순간 주전자가 바닥에 떨어졌다. 한유설은 몸을 돌려 주전자를 줍는 척하며 당황한 마음을 애써 숨겼다.
“나... 나 남자 친구 있어요.”
우주한이 느긋한 말투로 말했다.
“한유설 씨 남자 친구 없잖아요.”
한유설이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있어요.”
한유설이 고집을 부리며 얼버무리는데 담장 밖에 선 남자가 웃음을 터트리자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왜... 왜 웃지?’
“한유설 씨, 조사해 봤는데 남자 친구는 없었어요. 다만...”
한유설은 우주한이 이렇게 빨리 뒷조사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예전 자료까지 찾아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자 한유설이 이렇게 물었다.
“다만 뭐요?”
우주한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남자 친구는 지금 만들면 되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는 한유설이 얼른 거절했다.
“나는 당분간 남자 친구를 사귈 생각이 없어요.”
우주한은 급해하지도 않았지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사귈 생각이 들 때까지 쫓아다니면 되죠.”
우주한은 말이 통하는 사람이 아닐뿐더러 한 번 꽂히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었다.
주전자를 들고 방으로 들어간 한유설은 문을 닫아걸고 그의 시선과 교류를 차단했다. 분명 기억을 지웠는데 한유설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다. 심해원과 온시열은 이런 상황이 없는데 이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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