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화
우주한이 엘리베이터에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한유설은 왠지 모를 불안을 느꼈다.
곧 손에 들고 있던 포장 도시락을 천천히 옆 테이블에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숨이 멎는 기분이 들었다.
도시락 안엔 놀랍게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만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물론 한유설이 원래 음식 가리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도시락은 그중에서도 특히 그녀의 ‘진짜 취향’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고르기 힘든 구성이었다.
그래서일까, 한유설은 마음이 이상하게 어수선해졌다.
자신을 잊었다고, 모든 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믿었던 우주한이 여전히 자신의 입맛을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 혼란스러웠다.
한때 자신을 뜨겁게 쫓아다니던 남자.
기억을 지웠다던 우주한이 이제는 이곳에 한 달간 혼자 머물고 있다.
그 목적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동시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그의 태도 사이에서 한유설의 마음은 한없이 흔들렸다.
창밖의 노을이 붉게 하늘을 물들였지만 한유설의 마음은 여전히 싱숭생숭했다.
그때였다.
뒤에서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우주한이 다시 프런트 앞으로 다가와 서 있었다.
이내 그는 먼저 입을 열었다.
“한유설...”
그러나 우주한은 하던 말을 멈췄고 자신도 왜 그 이름이 입 밖으로 먼저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는 듯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유설 역시 순간 놀랐지만 침착하게 대답했다.
“무슨 일이세요?”
우주한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물었다.
“정말 당신 이름이 한유설입니까?”
그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한유설입니다. 왜 그러시죠. 우주한 씨?”
한유설이 아무렇지 않게 굴자 오히려 우주한이 당황하는 눈치였다.
아마도 그 이름을 한때 여러 번 불렀던 기억이 자신도 모르게 입에 익어 있었던 모양이다.
곧 우주한은 화제를 돌렸다.
“점심에 제가 드린 도시락은 맛있었습니까?”
한유설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다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라 잘 먹었어요. 감사합니다.”
우주한은 한유설의 말에 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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