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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28층. 한유설은 여유롭게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사실 당장 돈 벌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으니 서두를 이유도 없었다. 다만, 이틀 안으로는 이 도시를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가능한 멀리 가고 싶었다. 심해원이 선물했던 것들은 대부분 두고 갈 작정이었다. 옷이나 가방도 몇 개만 골라 챙기고 나머지는 이 집에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 짐 정리는 대략 한 시간쯤 걸렸다. 한유설은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닐 생각이 없었기에 먼저 온라인으로 새집을 구해 택배로 보내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편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직 어디로 갈지는 정하지 못했고 어느 지역이 좀 더 안전한지를 계속 고민 중이었다. 밤이 되고 한유설은 편의점에 다녀오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문 닫힘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길고 큰 손이 엘리베이터 문을 막아섰다. 깜짝 놀란 한유설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검은 셔츠에 검은 슬랙스, 고요한 아우라 속에 성숙하고 기품 있는 남자. 심해원이었다. 그의 눈빛은 낯설었다. 딱 1초, 그녀를 바라본 시선은 곧 엘리베이터의 28층 버튼으로 옮겨졌다. 문이 닫히고 익숙한 향기가 엘리베이터를 가득 채웠다. 한유설은 그가 29층 버튼을 누르는 걸 보고서야 알게 됐다. 그는 늘 그녀의 위층인 29층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심해원의 향기와 존재감에 심장은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심해원과 입을 맞췄는데 오늘은 이렇게 남이 돼버렸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한유설이 어쩔 줄 몰라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찰나, 심해원이 먼저 말을 걸었다. “당신, 천해 별장에 있던 도우미 맞죠?” 그의 저음은 묘하게 날카롭고 또렷했고 뜻밖의 질문에 한유설은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은 그만뒀습니다.” 심해원은 말을 잇지 않았지만 28층 버튼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띵! 엘리베이터가 28층에 도착하자 한유설은 편의점 봉투를 들고 굳은 몸으로 내렸다. 태연한 척했지만 딱딱한 동작 때문에 모든 걸 들켜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나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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