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화
온시열은 손에 쥔 이력서를 넘기며 렌즈 너머로 한 여자의 사진을 바라봤다.
사진 속 그녀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부드럽고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신입 사원을 위한 회식은 온시열이 인수한 회사에선 아주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어제 한유설이 말한 건 사실이 아니란 걸.
그날 회식도, 온시열이 직접 회식 장소를 찾아간 것 모두 한유설 때문이었다.
모든 걸 제쳐둔 채 그녀를 향해 달려갔고 한유설은 무자비하게 온시열을 흔들어 놓았다.
곧 비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표님, 사진 속 여성분... 다시 부를까요?”
온시열은 조용히 사진을 내려다보다 대답했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니 더 끄집어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한유설에게 관심이 없었다.
돈으로 정리된 관계일 뿐, 그녀 역시 선을 넘지 않았고 집요하게 엮이려 들지도 않았다.
저녁이 다가왔고 내일이면 떠날 예정이던 한유설은 굳이 요리를 하지 않았다.
대신 아래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하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절묘하게도 같은 시각 엘리베이터는 29층에서 내려오고 있었고 나머지 3대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설마...’
한유설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는 검은 셔츠를 입은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심해원이었다.
그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고 한유설은 얼어붙은 채 급히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저는 다음 엘리베이터 탈게요.”
이내 심해원의 차가운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절 피하는 겁니까? 왜죠?”
그 질문에 한유설은 허둥지둥하며 들킬까 봐 얼른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전에 별장에서 일할 때 들었어요. 심해원 씨는 다른 사람과 엘리베이터 타는 걸 싫어하신다고요.”
그럴듯한 대답에 심해원은 더 묻지 않았지만 한유설은 그의 시선이 내내 자신을 따라다니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곧 문이 열리자 한유설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고 떨리는 숨을 다잡으며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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