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1화
한유설은 조심스레 드레스룸으로 들어섰다.
맞은편에는 또 하나의 문이 있었고 아까 온시열이 말한 가장 안쪽 드레스룸이란 그 문 너머인 듯했다.
금방이라도 풀릴 듯 흐물거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그 안으로 들어간 한유설은 무심코 문 하나를 열었다.
그 안엔 온통 여성복뿐이었다.
순간 멍하니 서 있던 한유설은 손을 들어 옷을 한 번 쓸어내렸다.
모두 새 옷. 태그까지 그대로 달려 있어 누가 봐도 처음 입는 새 옷들이었다.
그녀는 윗도리 하나와 바지를 꺼내 들고는 아래쪽 서랍도 열어봤다.
그곳엔 속옷이 정리되어 있었는데 놀랍게도 전부 그녀의 사이즈였다.
어젯밤의 장면들이 하나씩 머릿속을 스치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한유설은 조심스레 속옷 하나를 골라 들었다.
그리고는 일회용 팬티까지 찾아내 부끄러운 마음을 애써 감춘 채 서둘러 입었다.
상의와 바지는 마치 맞춤처럼 딱 맞았다.
그녀는 다시 한번 드레스룸을 둘러봤다.
‘설마 이 모든 옷이 다 나를 위해 준비된 건가?’
십여 분 뒤, 한유설은 화장실에서 세수를 마치고 양치까지 끝냈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침실 문을 열었지만 다리가 너무 후들거려 제대로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아래층에서는 온시열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한유설은 계단을 내려가며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가방은 여전히 그의 차에 있었고 무엇보다 그녀는 굳게 닫힌 현관문을 발견했다.
분명, 온시열의 허락 없이는 이 집을 나갈 수 없을 것이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온시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온시열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보지 않았다.
다만 묵묵히 차 한 잔을 따라 한유설의 앞에 내밀 뿐이었다.
한유설은 긴장한 듯 몸을 곧게 세우고 눈길조차 제대로 주지 못했다.
그러다 온시열이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안경 너머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말해봐요.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한유설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곧 그의 시선과 마주친 순간, 한유설의 머리 위엔 물음표가 하나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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