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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새벽빛은 어둠이 남긴 고요와 침체를 깨뜨리듯 다가왔다. 세경시 중심의 한 저택, 온시열은 눈을 떴지만 품에 안겨 있는 여인은 낯설기 그지없었다. 온시열은 미간을 찌푸렸고 언제나 온화했던 표정이 한순간 차갑게 굳어졌다. 게다가 어젯밤의 기억은 마치 공백처럼 사라져 한 점의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손끝으로 여자의 머리칼을 살며시 만지다가 눈앞에 반짝이는 놀라울 정도로 빛나는 얼굴을 마주쳤다. 그제야 온시열의 눈빛은 냉혹하게 변해갔다. 품에 안긴 여인은 저택에서 일하는 도우미였다. 최근에 들어온 신입 직원으로 불안정한 태도와 도발적인 언행으로 그들 사이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존재. 그러나 온시열의 어제의 기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듯했다. 어떻게든 기억하려 해도 아무런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금테 안경을 쓰고 침대에서 내려와 목욕 가운을 걸친 채, 천천히 옷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온시열의 발걸음이 멈춰버렸다. 맞은편에 언제 생긴 건지 모를 또 다른 문이 나타난 것이다. 온시열은 그 문에 다가가 손잡이를 돌렸고 눈앞에 나타난 건 또 다른 옷장이었지만 그는 그 존재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무심코 문을 열어본 옷장에는 수많은 여성복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고 중앙에는 거대한 보석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성용 명품 보석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는데 모두 새것처럼 깨끗했고 누군가 만진 기미도 없었다. 온시열은 잠시 입술을 깨물며 거울 틀을 툭 밀어보았다. 10분이 지난 뒤, 그는 옷장을 빠져나오며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잠갔지만 시선은 여전히 침대 위에 있는 여자에게 고정돼 있었다. 곧 한유설은 머릿속을 찢는 듯한 이명과 함께 깨어났다. [기억은 지워질 수 없다.] 한유설은 온몸을 쑤시는 듯한 고통에 눈을 떴고 낯선 천장을 바라보며 자신이 들은 그 소리와 그 의미에 혼란스러워했다. 어쩐지 기억이 흐릿해지고 어젯밤의 장면들이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온시열, 그가 감추고 있던 진짜 모습이 어젯밤 완전히 드러난 그 순간. 한유설은 온시열의 손길에 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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