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화
고씨 가문의 입장문은 흠잡을 데 없었다.
[송지연 씨와 고인우 씨는 좋은 친구 사이입니다. 우리도 송지연 씨의 성품을 높이 사고 송지연 씨만 괜찮다면 의붓딸로 삼고 싶습니다. 송지연 씨를 좋게 보지만 의붓딸로 삼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는 걸 알기에 그저 서로 응원하는 사이로 남기로 했습니다.]
말은 멋들어지게 했지만 이 바닥 사람이라면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사실은 내가 고인우와 엮이는 게 싫을 뿐이다.
나는 이런 유언비어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나만의 회사를 세우는데 전념하며 투자를 얻어내자마자 시내에 자리를 잡았다. 낡은 건물이라 인테리어도 몇십 년 전 스타일이었지만 교통이 편리했고 위치도 우월했다.
회사 팻말을 걸고 나서야 나는 어딘가에 속해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사이 몇 달이나 지났지만 나는 본가에 거의 돌아가지 않았고 단궁은 더더욱 발을 들인 적이 없었다.
박윤성이 몇 번 찾아오긴 했지만 나는 만남을 거절하며 피하기 일쑤였다. 그때면 일 층에 세워진 코닉세그에 눈길이 갔지만 신경 쓰지 않고 그 차가 떠나고 나서야 아래로 내려왔다. 그렇게 우리는 몇 달이라는 시간 동안 엇갈렸다.
그 사이 조민서가 여러 번 찾아왔지만 별다른 일은 없었고 그저 나를 막아선 채 이렇게 물었다.
“송지연, 너 언제까지 성질부릴 거야?”
나는 그녀가 왜 박윤성과 똑같은 말투로 이렇게 묻는지 몰라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뭘 하든 너랑 상관없잖아.”
화가 잔뜩 치밀어오른 조민서는 내 앞을 가로막고 지나가지 못하게 했지만 딱히 할 말은 없어 보였다.
“너... 너 아무 데도 못가.”
나는 그런 조민서와 더는 입씨름하기 싫어 옆으로 밀쳐냈다. 뒤에 소은하와 함께 알게 된 사실은 박윤성이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조민서를 문전박대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이 바닥에서는 박윤성이 조민서에게 흥미가 떨어졌다는 소문까지 돈다고 말했다. 늘 조민서의 편에 서서 원하든 건 다 들어줬던 박윤성이 갑자기 냉랭하게 나오자 화를 풀 데가 없었던 조민서는 내게 시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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