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5화
나는 고인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계속할 거야?’
나는 마음속으로 스스로에게 물었고 곧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속해. 이미 시작했잖아. 이제는 돌아갈 길도 없어.’
나는 고개를 들고 설미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안심하세요. 그날 인우가 말한 대로 저도 인우를 그저 오빠로만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혼하기 전까지는 어떤 선도 넘지 않을 거예요.”
설미정은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내 말이 거절인지 승낙인지 단번에 파악이 안 되는 표정이었다.
“그럼 앞으로 인우와 거리를 두고 지낼 수 있겠어요?”
나는 작게 웃었다.
“같이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거리를 두죠?”
그 순간 설미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고 고준호 얼굴도 점점 심각해졌다.
고준호는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송지연 씨, 조만간 우리 쪽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할 생각이에요. 민서 생일 파티 때 있었던 일은 젊은 친구들끼리의 장난이었고, 송지연 씨와 인우는 아직 나이도 어리니 철이 없을 수도 있죠. 윤성이도 젊긴 하지만, 이 바닥에서 핵심 인물이에요. 그런 사람이 이런 소란에 얽혀 있다는 건 결코 보기 좋은 일이 아니에요.”
나는 잔잔히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그럼 박윤성이랑 조민서가 벌이는 소동은 보기 좋으셨나요?”
설미정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불쾌함이 스치듯 얼굴에 떠올랐지만 곧 표정을 가다듬었다.
역시 이런 부류의 사람은 화가 나도 겉으로는 절대 드러내지 않는 법이었다.
설미정은 금세 미소를 되찾으며 나를 바라봤다.
“같은 여자로서 송지연 씨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우리는 회사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여걸이 아니잖아요. 남자들이 밖에서 일하다 보면 접대도 있고, 실수도 있을 수 있어요. 물론 그걸 당연히 여기라는 건 아니지만, 적당히 눈감아주는 게 서로를 위해 좋지 않을까요?”
그녀는 마치 달래듯 부드럽게 말했지만 나는 소름이 오싹 돋았다.
나는 천천히 고준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고 대표님은요? 사모님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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