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4화
나는 사실 이들이 바로 나를 찾아와 돈을 쥐여주며 아들과 엮이지 말라고 하거나, 아니면 지금처럼 겉으로는 예의 바르고 정중한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빈정대고 비꼬는 방식으로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왜 굳이 나를 집에 불러서 식사 자리까지 마련한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고윤정은 옆에서 식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투덜거렸다.
“나 배고파 죽겠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말 돌리기만 할 거예요? 밥부터 먹으면 안 돼요?”
“조용히 해!”
설미정은 눈썹을 찌푸리고 낮은 목소리로 고윤정을 꾸짖었다.
고윤정은 입을 삐죽이며 억지로 입을 다물었고 불만 가득한 얼굴로 식탁만 노려보았다.
그제야 설미정은 다시 미소를 띠며 나를 바라보았다.
“전에 인우가 민서 생일파티에서 송지연 씨를 의남매로 선포한 건 사실 충동적인 행동이었어요.”
역시 그 문제 때문이었다.
나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전 좀 더 일찍 부르실 줄 알았어요. 이렇게까지 침착하실 줄은 몰랐어요.”
나는 손에 쥔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입가를 닦았다. 식사는 이미 충분했고 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차분히 미소 지었다.
“이 일에 대해서는 두 분이 아드님께 직접 물어보세요. 저도 정말 몰랐고 그때 저도 현장에서 깜짝 놀랐을 뿐이니까요.”
고인우는 곧바로 내 말을 거들며 부모님을 바라봤다.
“사실이에요. 지연이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지연이를 탓할 필요 없어요.”
고준호와 설미정의 표정엔 순간 불편한 기색이 스쳤다.
고준호는 낮게 헛기침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언제 송지연 씨를 탓한다고 했어? 송지연 씨는 윤성이 아내잖아. 내가 뭘 할 수 있겠니?”
그 한마디는 단숨에 우리 사이에 경계를 그었다.
내가 아무리 하찮게 보일지라도 적어도 명목상 나는 박윤성의 아내였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사이에는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이 생겨 있었다.
물론 그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나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인우 말처럼 저도 이 일에 대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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