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0화
박윤성은 한 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한 손으로 나를 품에 안았다.
“어딜 도망가?”
나는 고개를 들자마자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의 눈동자에 빠져들었다. 아무 온도 없이 차갑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등 뒤로 보이는 까마득한 어둠과 그는 물아일체였다. 그의 몸에서 나는 옅은 연초 냄새를 맡은 순간 나는 아까 문을 나섰을 때 머지않은 차에서 스쳐 지나간 빨간 불빛을 떠올렸다. 아마도 그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거 놔.”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반감을 드러냈다. 박윤성은 손을 풀어주기는커녕 더 꼭 끌어안았다.
“얘기 끝났어?”
발버둥 치며 벗어나려고만 할 뿐 대답하지 않는 나를 보고 박윤성이 고개를 숙이더니 내 입가를 깨물었다.
“얘기 끝났으면 집에 가자.”
박윤성의 표정이 너무 어두워 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화난 건 알겠지만 왜 나를 찾아왔는지는 알지 못했다. 나는 그가 다시는 나를 아는 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박윤성과 결혼한 지 5년이나 지났지만 기억을 전부 잃는 바람에 그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했고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아는 정도였다. 하여 지금 이런 모습을 보이면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도무지 예상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머릿속에 날카롭게 울리는 경보음에 나는 자기도 모르게 그를 밀어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손을 풀었고 나는 뒤로 물러서며 이렇게 말했다.
“먼저 들어가. 요 며칠은 본가로 들어갈 생각 없어.”
내가 몸을 돌리자마자 박윤성이 어두운 표정으로 나를 어깨에 둘러멨다.
“뭐 하는 거야.”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에 나는 소리를 지르며 그를 놀려봤다.
“뭐하는 거야. 내려놓으라니까.”
박윤성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나를 차 안으로 내동댕이쳤다. 차는 까만 브라부스였는데 그가 소유한 차 중에서 제일 눈에 띄지 않는 슈퍼카였다.
버둥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박윤성이 안전벨트로 나를 조수석에 묶더니 이내 문을 닫고는 다른 쪽으로 올라타 액셀을 밟았다. 차가 쏜살같이 앞으로 질주하자 겨우 몸을 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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