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화
조민서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나는 싸늘한 목소리로 그녀의 말을 잘라버렸다.
“연기 참 잘하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민서의 얼굴이 잔뜩 어두워졌다.
“날 오해하게 만들어서 나랑 박윤성 또 싸우게 하고 싶지? 그게 네 바람 아니야?”
“무슨 말이 그래요!”
조민서는 억울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랑 윤성 오빠가 친해서 지연 씨가 불편한 건 알지만, 우리 사이는 정말 친남매 같을 뿐이에요! 예전에 수영장 사건도 그렇잖아요. 오빠한테는 가족이 더 소중했을 수도 있고요. 왜 계속 우리 사이 오해해요?”
나는 참다못해 고개를 살짝 들어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쏘아봤다.
“내가 진짜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면 너 혹시 수영장 옆에 CCTV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장 영상 꺼내서 네가 어떻게 날 도발하고 밀어 떨어뜨렸는지 박윤성한테도 보여줄까?”
박윤성의 시선이 번뜩이며 나를 향했다가 다시 조민서에게로 옮겨졌다.
그의 눈빛은 서늘하고 무서웠다.
조민서는 순식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그게 무슨 헛소리에요! 난 정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지연 씨를 밀었다니, 그게 말이 돼요? 이봐요, 송지헌 씨! 나한테 그런 누명 씌우지 마세요!”
나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누명인지 아닌지는 CCTV 보면 바로 알겠지.”
사실 나는 조용히 이혼만 하고 싶었다. 내가 두 사람한테 바보처럼 놀아나고 있었다는 사실이 세상에 다 드러나는 건 피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조민서가 자꾸 내 앞에서 이렇게 설치니, 기왕이면 제대로 끝장을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그녀가 박윤성 앞에서 유지하려는 ‘착한 여동생’ 가면은 벗겨주고 싶었다.
역시나 조민서는 금세 허둥지둥하며 몇 마디 얼버무리더니 급히 방을 빠져나갔다.
평소엔 교묘한 말투로 박윤성의 마음을 흔들어놓곤 했지만 나는 더는 그녀의 페이스에 휘둘리지 않았다.
조민서는 내가 왜 갑자기 태도가 달라졌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더 버티다간 들통날 것 같아 서둘러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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