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화
나는 그에게 물었지만 사실 답을 듣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내가 겪은 고통을 그도 조금은 느껴보길 바랐을 뿐이었다.
“박윤성, 넌 나한테 따질 자격 없어! 내가 왜 손목을 그었는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난 그냥 네가 또 화나서 심술부리는 줄 알았어.”
한참을 침묵하던 박윤성은 쉰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냈다.
“송지연, 너 예전에도 자주 그랬지만 이렇게까지는...”
“맞아.”
나는 그의 말을 끊고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왜냐면 난 항상 네 관심받고 싶어서 일부러 화내고 심술부렸으니까. 그래서 네 눈엔 내가 진짜 죽어도 그저 관심 끌려고 쇼하는 걸로만 보였겠지, 안 그래?”
박윤성은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한 번도 내가 정말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듯,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의 두 손이 내 얼굴을 감싸쥐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긴장과 억눌린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는 그가 이렇게까지 격렬한 표정을 짓는 걸 처음 보았다.
언제나 차갑고 무표정하던 그가 그 순간만큼은 안에 감춰뒀던 야수가 튀어나올 듯한 기세였다.
우리 사이엔 침묵만 흘렀다. 싸늘한 공기가 숨 쉬기조차 답답하게 만들었다.
박윤성은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의사 불러서 상처부터 확인하자.”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일어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여전히 내 손을 꼭 잡은 채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내 손목의 상처만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괜히 불편해져서 손을 빼내려고 했다.
박윤성은 강하게 내 손을 붙잡고 있었지만 동시에 상처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도 배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이 왠지 답답하고 짜증나게 느껴졌다. 보고 있으면 괜히 더 화가 날 것 같아서 나는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곧 의사와 함께 조민서가 방으로 들어왔다.
조민서는 거실에서 기다리다가 박윤성이 나오지 않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따라온 모양이었다.
정말 속이 뻔히 보였다. 조민서는 박윤성과 나를 단둘이 두고 싶지 않았을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NovelRead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