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5화
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며 부드럽게 말했다.
평소라면 이런 식으로 약해 보이는 건 싫었지만 이혼을 받아낼 수만 있다면 뭐든 해볼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박윤성은 내 쪽으로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등을 보인 채로 서 있었다.
내 목소리가 점점 힘을 잃고 침묵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결국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은 안 해.”
그 말만 남기고는 방을 나가버렸다.
덩그러니 남겨진 나는 닫힌 방문을 바라보다 답답함이 치밀어 올랐다.
손에 잡힌 베개를 있는 힘껏 문 쪽으로 던졌다.
...
며칠 사이 상황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 듯했다. 박윤성은 나의 외출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냉혹한 태도로 막아선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하는 말은 전부 들어주면서도 외출만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그가 나를 무조건 받아주고 내가 무슨 소리를 해도 응해주는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소름 끼치고 싫었다.
“박윤성, 제발... 날 그냥 놔줘. 이혼하자, 응? 네 동정도, 보상도 필요 없어!”
처음엔 간절하게 매달리듯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박윤성은 그 깊고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낮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난 이혼할 생각 없어.”
점점 내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고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왜 이혼 안 해? 박윤성, 너 설마 날 진짜 죽이고 싶어서 그래? 내가 죽어야 네가 조민서랑 떳떳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상처 주려고 꺼낸 독설뿐이었다. 하지만 박윤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모질게 내뱉어도 오히려 나를 가만히 바라보며 나를 더 다독였다.
때로는 내가 눈을 감고 울음을 삼킬 때, 그는 내 얼굴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정리해주며 내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남기기도 했다.
“곧 알게 될 거야. 내가 민서를 남자로서 좋아한 적은 없다는걸.”
박윤성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지만 나는 들리지 않는 척 눈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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