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화
내 표정이 굳어 있는 걸 본 박윤성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내 귓불을 만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피했다.
그의 눈빛이 살짝 부드러워졌다.
“지금 조씨 집안은 기울 대로 기울었어. 그런 쪽을 돕는 건 내게 아무 이득도 안 돼. 하지만 민서 할아버지와 우리 할아버지는 전우였고 그분이 우리 할아버지 목숨을 구한 적이 있어. 우리 가족은 그 집에 은혜를 입은 거야. 그러니 다를 수밖에 없어.”
나는 두 집안이 가까운 사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사정이 있는 줄은 몰랐다.
내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구자 박윤성은 내 고개를 뒤로 젖히더니, 입술을 내 귀 가까이에 가져다 댔다.
“계속 삐져 있을 거야?”
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뭘 가지고 삐져 있다는 건데?”
“민서 일로 나한테 삐져 있는 거잖아.”
박윤성은 한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했잖아. 난 민서를 여동생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아. 쓸데없는 생각으로 화내지 마.”
나는 그저 어이없을 따름이었다. 결국 박윤성은 여전히 내가 괜한 투정을 부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몇 마디로 대충 해명하면 내가 그 옛날처럼 순진하게 기뻐하며 다시 그의 그림자처럼 매달릴 거라고 믿는 모양이었다. 그건 절대 불가능했다.
그의 말은 내겐 해명도 설득도 아니었다. 혈연도 없는 여동생이라니, 그런 사이는 대체로 썸이나 다름없었다.
박윤성은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는 걸까?
이쯤에서 더 말해봤자 통할 리 없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박윤성은 내 말에 귀 기울일 사람이 아니니까.
지금 내 목표는 단 하나였다. 돈을 모아서 그 돈을 박윤성의 얼굴에 내던지고 이 관계를 깨끗하게 끝내는 것.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박윤성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도우미에게 지시해 주방에서 끓여둔 죽을 방으로 가져오게 했다.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도 않았잖아. 이제 먹을 수 있어?”
나는 잠시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두고 가. 금방 먹을 거야. 내 건강까지 망치고 싶진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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